[기자수첩]‘아이들만 멍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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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들만 멍들었다’

  • 승인 2005-05-13 00:00
  • 김재수 체육부 차장김재수 체육부 차장
▲ 김재수 체육부 차장
▲ 김재수 체육부 차장
봉산중학교 축구부가 창단 10년 만에 해체돼 애꿎은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피멍만 들었다.
옛말에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봉산중학교에서는 어른 싸움에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봉산중은 지난해 초부터 K 감독 S코치 양쪽진영으로 학부모가 양분돼 다른 장소에서 각각 운동을 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을 해오다 결국 파행을 맞았다.

봉산중 축구부의 해체는 학부모와 지도자간의 반목·갈등 외에도 열악한 지원 속에서 근근이 운영돼오고 있는 학교 엘리트 체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교 운동부 육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지만 사실상 학부모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봉산중의 경우 각종 대회 출전비와 감독 급료, 선수들의 전지 훈련비 등 연간 축구부에 들어가는 운영비는 약 1억여 원에 달한다. 학교 예산이 1000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나머지 9000만원의 돈은 학부모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봉산중 축구는 결국 이 돈이 아이들에게서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빼앗는 원인을 제공했다.

연간 수천만 원의 운영비를 직접 투자하는 학부모들로서는 자식들이 경기장에서 뛰지 못하면 감독이나 코치를 불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지도자를 교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파벌을 형성해 본인들의 구미에 맞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번 봉산중과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엘리트 체육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 관계자를 비롯해 학교장, 학부모 모두가 한마음돼 학생들에게 버팀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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