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오는 교과서에도 그림이 실릴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작가지만 본격적인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의 루오재단을 방문한 대전시는 전시회 유치문서에 서명했다. 내년 5월쯤에 있을 대전 전시때는 100점 정도의 루오 작품이 선보이게 된다.
루오전에는 조르주 루오 재단의 소장품을 비롯해 퐁피두 센터, 파리시립미술관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루오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여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기획하고 있다.
야수파.상징주의 등 다양한 미술사조를 섭렵한 표현주의의 대가로 흔히 ‘현대의 렘브란트’에 비유되는 루오는 1871년 5월 27일, 프랑스 파리의 빌레트가에서 태어났다. 가구 세공사의 아들이었던 루오는 어려서부터 예술적 재능을 나타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열네 살이 되던 해, 낮에는 스테인드글라스업체의 견습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예미술학교 야간부에 다니게 된다. 루오는 빨강, 파랑, 녹색을 띤 중세의 유리 조각에서 그윽하며 신비로운 색광을 발견하고 예술의 세계에 빠져든다.
루오의 대표작으로는 ‘聖顔(성안)’을 들 수 있는데, 작품의 유래는 이렇다. 그리스도가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는 도중 한 여성이 수건으로 땀을 닦아 주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수건에 그리스도의 상이 찍혀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르며 이때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성안이라고 하였다. 루오는 여러 장의 성안을 그렸는데, 그림에서 예수의 얼굴은 성스런 숭배의 대상이라기보다 고뇌와 인내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에 짙은 연민이 배어있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종교적인 모습뿐 아니라 루오는 그가 살던 시대의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연민도 작품을 통해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빈부 격차가 심했던 부르주아 사회의 모순을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망 이후 세계는 평화와 사랑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때, 루오의 전시는 세계인의 발걸음을 대전으로 향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루오의 작품 앞에서면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끼며, 예술과 인간이 하나 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루오가 대전에 온다는 것은 세계의 시선이 대전으로 향하게 하는 대단한 사건이며, 대전이 예술의 중심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 이제 루오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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