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문화체육부장 |
보통 사람들의 자살과는 또 달리 유명인사의 자살은 그것을 접하는 일반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2003년 만우절날 생을 마감한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의 투신 자살이 그러했으며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또한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게다가 이은주 자살 이후 베르테르효과(Werther Effect)라 불리는 모방자살이 우리 사회에 빠르게 번져갔던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003년 8월 자신의 사무실 빌딩 유리창을 열고 뛰어내린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은 충격의 극치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들 유명인사의 자살 못지 않게 충격적이며 안타까운 것이 바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고교생 자살이다. 물론 과거에도 고교생들의 자살현상은 빚어졌다. 대학입시가 끝났을 때 낙방자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자살학생의 연령층이 고교 1년생에 이르는 등 점차 나이 어린 학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은 예의주시할 일이다. 입시 중압감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절망은 결국 삶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생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절망은 요즈음 인터넷상에 떠도는 ‘학교대사전’에서도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학교대사전’에서 ‘담임’을 ‘월급 조금 더 받고 마흔 명의 아이들을 인솔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이며 이런 까닭에 괜히 종례를 길게 끌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등의 정신 질환을 보인다’ 고 꼬집고 있다. 또한 ‘생활기록부’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온갖 단점들이 장점으로 바뀌어 미사여구로 수식되는 문서’라며 예를 들면 ‘잠이 많다’는 ‘과묵함’으로, ‘문제아’는 ‘창의성이 뛰어남. 활발하고 교우관계가 좋음’으로 서술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학교 교육 및 입시제도의 모순과 그것에 대한 부담을 가슴으로 떠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절망 섞인 비아냥인 것이다.
이 같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청소년들이 선택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베르테르효과와 같은 모방자살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청소년들의 자살과 관련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미성숙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자살을 ‘미성숙’으로만 해석하기엔 현행 학교 교육 및 교육 제도가 안고 있는 모순들이 너무 많음을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공감하고 있다.
그 많은 모순점들을 하루아침에 개선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5월의 푸르른 녹음과 같은 청소년들이 절망의 끝자락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일은 더 이상 빚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교생 자살 예방’, 이것이 교육당국이 곱씹어야 할 또 다른 화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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