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듣고만 있다가 슬며시
“어린이 날 선물 사 주면 넌 어버이날에 내게 무슨 선물을 해 줄 건데?”
하고는 반응을 살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큰 발견이라도 한 듯,
“어린이날은 빨간 글씨이고 노는 날이지만 어버이날은 빨간 글씨도 아니 고 놀지도 않으니까 어린이날이 더 중요하다는 뜻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린이날 선물은 받아도 되지만 어버이날 선물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유치원생 정도라면 그냥 귀엽다고 너그럽게 넘어가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나 된 녀석의 입에서 나온 대답치고는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늙어서 아들놈에게 밥 한 술 못 얻어먹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앞에 앉혀놓고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으로 시작하는 어른만의 특권인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내 몫은 참으로 잘 챙겨 받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몫을 챙길 줄은 모른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자식을 엄하게 키운 부모가 나중에 효도 받으며 산다는데 우린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너무 일찍 포기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엄하기는커녕 금이야 옥이야 키우고 있으니 늙어 효도 받기는 진작 틀린 것 아닐까?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부모는 주기만 하고 자식은 받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관계임을.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싶으면 당연히 어버이날 선물도 준비해야 함을 깨우쳐 주어야한다.
세상의 부모들이여! 올해는 이미 지나갔지만 내년부터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자. 어버이 날 선물로 무엇을 해 줄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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