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는 나를 가리키며 5년을 무사히 지낸 기념이란다.
지난 2000년 2월말 경에 위암 판정을 받고 위 제거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 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고 상태를 점검해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재발의 위험이 아주 낮아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5년을 잘 지내면 거의 완치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암 환자들에게 5년 생존율이라는 것이 민감한 통계숫자가 된다. 5년 생존율이란 암 환자 중 치료 후 5년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들의 비율인데, 암의 종류나 병기에 따라 매우 다르다. 나의 경우 위암 3기에 해당하였으니 소위 말하는 5년 생존율은 높게는 40 %대에서 낮게는 20 % 정도이다. 즉, 나와 같은 위암 환자 10명 중 5년 뒤에 생존해 있는 사람은 2명에서 4명 정도라는 이야기이다. 어쨌거나 5년을 잘 버티어 왔으니 나는 ‘생존자’가 된 셈이다.
나는 케이크를 볼 때마다 좀 특별한 감회가 있다. 5년 전 수술을 위하여 병원에 입원하기 전, 아내와 처제는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작은 파티를 준비하였다. 파티 음식 중에는 내가 평소에 좋아하였던 생크림 케이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것들을 배불리 먹다 보니 생크림 케이크를 먹을 여유가 없게 되어 다음 날 먹기로 하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저녁에 갑자기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CT검사 결과, 간에 미심쩍은 것이 보이니 내일 아침을 굶고 병원으로 와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혹시 간에 전이라도 되어 있으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에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도 내일 먹기로 한 생크림 케이크가 무척 아쉽게 느껴졌다. 오늘 못 먹으면 어쩌면 두 번 다시는 못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배가 좀 불렀지만 생크림 케이크를 꺼내어 잘라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한 조각을 먹었다.
다행히 다음 날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힘든 항암치료의 과정을 거친 후 몸이 회복된 뒤 가끔씩 생크림 케이크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크를 볼 때면 그 때가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생존자로 남아있게 된 것을 감사한다.
H박사가 준비한 케이크는 사실 수술 전 내가 생크림 케이크보다도 더 좋아하였던 아이스크림 케이크다. 하지만 위를 제거한 후에는 찬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러나 그날만은 남을 늘 배려하는 그의 마음이 고마워 한 조각을 다 먹었다. 수술 전 위로를 위해 준비한 생크림 케이크가 이번에는 생존을 축하하는 축하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바뀌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가 준비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무척 차가웠지만, 나의 어려웠던 날을 기억하고 5년의 생존을 축하해주는 그와 동료들의 마음은 무척 따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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