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는 기본적으로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막시무스의 장대한 인생역정과 전투, 그리고 애절한 로맨스를 곁들인 시대극이다. 로마시대의 걸출한 영웅 막시무스는 다뉴브 강가에서 벌어진 게르만족과의 마지막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러나 후계자 지명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스페인으로 돌아가서 보리밭을 가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영화전편을 통하여 막시무스의 인생목표는 코모두스에 의해 산산 조각난 로마제국을 새로이 건설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를 복수하고 다른 세상 사람이 된 아내와 아들한테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막시무스는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로 코모두스에 승리하고 목숨을 거둔다. 그리고 스페인의 보리밭과 꽃들 속으로 그토록 열망하던 아내와 아들을 찾아간다.
가족영화들이 히트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면 할리우드가 가족적 사랑을 시대극에까지 반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은 미국사회에서나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해체되어 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현재 전형적인 핵가족은 52.4%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1인가족 (15.5%), 부부가족(15%), 3세대가족 (5.9%), 한 부모가족 (5.2%)등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핵가족이 25%를 밑돌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보다 심각하여 전통적인 핵가족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이 들게 되었다. 가족의 급격한 해체 속에서 조건 없는 가족의 애정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영화에 투영되어 있다. ‘말아톤’, ‘아 엠 샘’, 그리고 ‘집으로’에서처럼 현대인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갈증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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