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복수가 부른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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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복수가 부른 ‘피눈물’

고립된 섬, 닷새간 다섯명 다섯가지 죽음

  • 승인 2005-05-07 00:00
  • 김형중 기자김형중 기자
1808
년 제지소 배경 잔혹스릴러 영화 인간 내면의 탐욕?애??그려낸 지옥도


혈의 누 감 독 : 김대승


주 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숱한 관객들에게 ‘사랑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김대승 감독. 임권택 정지영 등 대감독 밑에서 10년의 내공을 쌓은 실력으로 두 번째 작품은 따스한 멜로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신작은 ‘혈의누’라는 제목 그대로 선혈이 낭자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20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1808년 조선의 외딴 섬 동화도. 근대적 제지공장이 들어선 이 외딴 섬은 한편으론 평화롭고 다른 한편으론 인간의 물질에 대한 탐욕이 불타오르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느 날,조정에 바쳐야 할 제지를 실은 운반선이 불타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파견된다. 섬 도착 후 화재사건 해결을 서두르던 일행 앞에 섬 주민이 참혹하게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어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마을 사람들은 7년전 온 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천호진)의 원혼이 일으킨 저주라 여기며 동요하기 시작한다.

불길한 섬에 고립된 원규 일행은 그러나 살인범의 흔적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가운데 광기어린 사람들의 분위기에 궁지로 내몰리며 깊은 혼란에 빠진다. 이어 유력한 용의자로 현 제지소의 실세 인권(박용우)과 강객주를 모셨던 화공 두호(지성)를 내세운다. 그리곤 무수한 복선과 반전을 깔면서 영화는 관객보다 한두 걸음 앞서 나간다.
김 감독은 “사랑을 증오로 바꾸는 시작은 아주 작은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며 우리 마음속에 있는 ‘지옥’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연출의 변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거의 구토가 날 지경으로 조선시대 연쇄살인의 다섯가지 방법을 복원해낸다. 시체의 머리를 매다는 ‘효시’,가마솥에 끓여죽이는 ‘육장’,얼굴에 젖은 한지를 붙여 질식사시키는 ‘도모지’,돌담에 머리를 부딪쳐 죽이는 ‘석형’,4마리 소로 찢어죽이는 ‘거열’. 여기에 성난 민중들은 죽창 대신 낫을 들고 처참한 집단살인까지 저지른다.
이 영화는 눈에 힘을 줘서 카리스마를 뿜어보려는 장르영화가 아니다.

비겁하고 어리석고 나약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인간의 본성을 들추어내려는 드라마다. 한편에서 아버지가 칼과 법으로 징계하고, 다른 한편에서 어머니가 기도와 손길로 달래도 다스려지지 않는 본성. 그것은 섬뜩하다기보다 씁쓸하다.
상영시간 119분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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