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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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날치

  • 승인 2005-05-07 00:00
  • 최석봉 시인·미주사문학회회장최석봉 시인·미주사문학회회장
▲ 최석봉 시인·미주사문학회회장
▲ 최석봉 시인·미주사문학회회장
운주사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風磬)의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빈 쇠줄기만 바람에 흔들거린 것을 본 시인 정호승은 자신이 그 풍경 물고기가 되어 세상 연인들이 서로 풍경소리를 내며 사랑하는 것을 보기 위해 속세를 날아다니면서 ‘연인’이란 동화를 썼다.

나는 그 동화책을 읽으면서 그가 날아다니며 쓴 인간사 즉 생사고락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쓴 동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권의 동화책에서 나오는 삽화들, 그 날치 그림을 보면서 가끔 어머님이 시장에서 집에 오실 때 생선 바구니에 넣어 오신 날치와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을까 감탄한다.

내 어머니는 한문선생인 아버지, 술 좋아하시고 사람 좋아하시는 어찌 보면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6남매 교육이 위태하리라 여기시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던 분이다.

그때 친구 따라 하시던 생선 장사를 내 나이가 31살까지 하시다 젊은 나이 58세에 이승을 떠나셨다. 내 기억으로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쯤인 열 한 두 살, 내 위로 누님 그 위로 형님이 있어 내가 셋째인데 반공일인 토요일엔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어머님 장사하신 생선 시장에 나가 어머니랑 함께 있기도 하고 어떤 일요일엔 이른 새벽 함께 나가 삼학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부두에 나가 생선을 받아 왔다.

그렇다고 내가 어머님 장사를 도운 것은 아니고 이삿짐 따라 다니는 강아지처럼 어머니만 졸졸 따라 다녔을 뿐인데 그때가 나에겐 가장 즐거운 때였고 어머니와 사랑고리를 두텁게 했던 때가 아닌가 한다.

나는 지금도 육(肉)고기보다는 생선을 좋아한다. 어머님은 좋은 생선을 팔지 않고 두었다가 집에 오실 때 가지고 와 굽거나 찌개를 해 먹기도 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살이 통통한 갈치구이를 좋아했다. 그런데 하루는 어머님이 날개 달린 고기를 몇 마리 가지고 오셨다. “엄마 이 고기는 이상해, 고기에 날개가 달렸어?”하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그 고기는 날치란다”하셨다.

바다 속에 사는 고기가 아니고 날아다니는 물고기란 말인가. 나이가 들어 안 일이지만 바다속에 살면서 해치려는 적에게 쫓길 때 바다 위로 잠시 피하기 위해 양쪽 지느러미가 발달해 날개가 된 것을 알았다.

나는 갈치보다 날치에 소금을 뿌려 기름에 튀겨주는 맛이 더 좋았다. 외지에서 공부하다 방학을 맞아 집에 오거나 군 생활에서 나왔을 때 어머니는 어디서 사오셨는지 날치를 튀겨 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세월은 가고 어머니도 가시고 김포공항을 애들 셋을 이끌고 떠난 지가 35년 되었다. 나는 날치를 찾아 태평양 수산시장이나 샌 페이퍼로 생선가게, 레돈도 비치 생선시장을 드라이브 삼아 나서지만 지금까지 날치고기는 본적이 없다.

그러면 날치란 고기는 한국에만 있다는 말인가.
운주사 처마에 지금도 빈 쇠줄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까.
아니 지금쯤 그 비어는 속세를 두루 다니며 사랑의 풍경소리를 들려주고 편히 쉬기 위해 대웅전 처마에 돌아와 고운 풍경소리를 내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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