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기획조정처장 |
매년 반복되는 교과서왜곡문제, 신사참배, 식민지찬양 망언, 그리고 요즈음은 한술 더떠서 독도영유권까지 들고 나와 산불 때문에 심란한 우리국민들을 흥분하게 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우리와 같은 국군묘지를 그 나라 총리가 참배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곳 일뿐 아니라 14명의 A급 전쟁 범죄자 (태평양전쟁주모자)가 합사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이들이 주도했던 전쟁을 인정하며 전쟁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교과서 왜곡문제도 4년전에 비해 우경화되고 있어 식견 있는 일본인들까지도 우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겉으로는 국제공헌의 확대를 외치면서도 국수적 세계관을 고집하는 일본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못해 비겁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경우는 전쟁의 도덕적 죄악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50년간 국가의 국민전체가 노력을 해왔다. 교과서 집필 시에도 전쟁의 피해를 입었던 유럽국가는 물론, 심지어는 유태인까지 참석하여 전쟁의 참상을 정확하게 알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식민지 미화망언, 교과서 왜곡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과의 말보다는 역사왜곡과 침략전쟁 정당화로 이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통절한 참회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본형 민족주의의 부활과 동서냉전의 기류로 인하여 중국 ,한국 등의 국가가 단합하여 일본의 반성과 참회를 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던 독일의 총리 빌리브란트와 직접책임이 있거나 없거나, 노소를 불문하고 독일인 모두가 과거유산을 짊어져야 한다 며 전 세계에 독일국민의 의지를 피력했던 독일의 대통령 바이츠체커의 노력을 우리에게는 정말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본은 단 한 명의 브란트와 단 한명의 바이츠체커가 없어 이웃이 감동할 만큼의 발언과 행동을 보여 주지 못한 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졌으며 오히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그리고 교과서에서 역사왜곡, 독도영유권주장까지 등장하여 우리들을 분개시키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한일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 앞으로도 이들이 신사참배에 대해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과 한국에 대한 망언이 앞으로도 일본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총리의 신사참배, 교과서왜곡과 계속되는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나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일본이 경제대국일지는 몰라도 전 세계가 인정할 정치대국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UN 안전보장 이사국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도 일본은 새로운 고이즈미가 나타나 신사참배를 계속할 것이며 그리고 계속되는 교과서 왜곡과 독도영유권문제로 우리를 자극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매번 규탄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국익을 위해서 좋지는 않다. 과거역사 청산도 무척 중요하지만 미래의 새로운 협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국이 납득하는 교과서를 만들도록 노력하도록 국제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일본을 고립시키는 전략적인 사고로 대응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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