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만남도 컴퓨터 속에서 채팅으로 해결하고, 물건을 사는 데도 컴퓨터 속에서 홈쇼핑을 이용하고, 영화 감상이나 문화활동도 컴퓨터 안에서 해결하고, 남는 시간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지내는 지극히 폐쇄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같은 현상을 ‘코쿠닝(cocooning)현상’이라 지칭했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코쿠닝족(族)’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코쿤(cocoon)이라는 단어는 누에고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사로 써서 누에고치처럼 자신만의 벽을 쌓고 그 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정말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같은 상태로 방치된다면 앞으로 점차 사회 구성원간의 대화가 단절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살벌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기성세대의 우려는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같은 걱정은 예상 외로 지난 2002년 월드컵대회 때 깨끗이 해소되었다. 자기 틀 속에 갇혀서 절대 밖으로 얼굴을 내밀 것 같지 않던 젊은 세대들이 하루 저녁에 50만, 60만이 제각기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흥에 겨워 목청을 높여 밤새도록 한 목소리로 우리 나라팀을 응원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교통비를 주거나 저녁 값을 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순수한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이렇듯 적당한 명분과 계기만 있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있어도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감성(感性)은 살아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그들의 성격은 최근 “디지털세상이 만든 이 시대의 새로운 주역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중요시 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한 기업의 연구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포스트디지털세대(Post Digital Generation : PDG)라고 지칭하는 13세부터 24세까지의 중·고·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일명 ‘1324세대’라고도 부르는 이들이 IT기술과 아날로그의 인간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따뜻한 디지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가운 디지털기기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랐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출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강한 측면을 보이면서, 디지털 기기가 자기 몸의 지체처럼 편하며 디지털 문화를 통해 인간적인 정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이들 PDG세대를 걱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감성을 더욱 계발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과 주체성을 살려주어야 한다. 이는 바로 그들에게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인간적인 감정에 대한 애착,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낙천성 등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희망 읽기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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