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컬럼]포스트디지털세대에서 희망 읽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상아탑컬럼]포스트디지털세대에서 희망 읽기

  • 승인 2005-05-04 00:00
  • 라윤도 건양대 교수라윤도 건양대 교수
수년전 21세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젊은층들이 PC를 비롯한 최첨단 뉴미디어 기기에 푹 빠져들면서 사회학자나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컴퓨터나 오락에 빠져서 점점 사회성을 잃어간다는 것이었다.

친구와의 만남도 컴퓨터 속에서 채팅으로 해결하고, 물건을 사는 데도 컴퓨터 속에서 홈쇼핑을 이용하고, 영화 감상이나 문화활동도 컴퓨터 안에서 해결하고, 남는 시간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지내는 지극히 폐쇄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같은 현상을 ‘코쿠닝(cocooning)현상’이라 지칭했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코쿠닝족(族)’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코쿤(cocoon)이라는 단어는 누에고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사로 써서 누에고치처럼 자신만의 벽을 쌓고 그 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정말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같은 상태로 방치된다면 앞으로 점차 사회 구성원간의 대화가 단절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살벌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기성세대의 우려는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같은 걱정은 예상 외로 지난 2002년 월드컵대회 때 깨끗이 해소되었다. 자기 틀 속에 갇혀서 절대 밖으로 얼굴을 내밀 것 같지 않던 젊은 세대들이 하루 저녁에 50만, 60만이 제각기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흥에 겨워 목청을 높여 밤새도록 한 목소리로 우리 나라팀을 응원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교통비를 주거나 저녁 값을 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순수한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이렇듯 적당한 명분과 계기만 있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있어도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감성(感性)은 살아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그들의 성격은 최근 “디지털세상이 만든 이 시대의 새로운 주역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중요시 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한 기업의 연구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포스트디지털세대(Post Digital Generation : PDG)라고 지칭하는 13세부터 24세까지의 중·고·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일명 ‘1324세대’라고도 부르는 이들이 IT기술과 아날로그의 인간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따뜻한 디지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가운 디지털기기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랐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출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강한 측면을 보이면서, 디지털 기기가 자기 몸의 지체처럼 편하며 디지털 문화를 통해 인간적인 정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이들 PDG세대를 걱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감성을 더욱 계발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과 주체성을 살려주어야 한다. 이는 바로 그들에게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인간적인 감정에 대한 애착,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낙천성 등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희망 읽기가 가능한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