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달 4월에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과학에 보다 친숙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소형항공기 반디호를 조종하여 남북극을 경유하는 단독 세계일주 비행기록에 도전중인 거스 맥클라우드 박사의 방한이었다.
거스 맥클라우드 박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행했던 오픈 칵핏 복엽기(open-cockpit, 조종석 뚜껑이 없는 비행기)로 2000년 세계 최초의 북극점 단독비행 성공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모험 비행사이다.
초청강연에서 그는 북극 비행은 영하 30도 이하의 극심한 추위와 장시간 비행에 따르는 저체온으로 인한 수면과의 싸움 등 목숨을 건 비행이었고 앞서 시도했던 여러 모험비행사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매우 위험한 비행이었다고 술회했다.
14세 부터 비행기가 좋아서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반디호를 조종하여 올 가을 북극을 우선 비행하고 한국을 거쳐 남극으로 비행할 예정이다.
혹자는 지금 세상에 남북극을 경유하는 단독 세계일주비행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극지방과 열대지방의 대기온도차가 100도 이상이 되는 상황에서 특수한 장치 없는 일반 소형기를 타고 단독으로 비행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것으로 항공기의 절대적인 안정성과 함께 비행사의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하여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에베레스트 산 등반 성공이 극한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 한계의 도전이라면, 거스 맥클라우드 박사의 남북극 세계일주비행은 장시간 비행조종능력과 자신의 정신력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물론 항공기 설계제작 기술력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이다.
만약 비행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목숨을 건 세계최초의 도전에 불안전한 비행기를 선택하겠는가. 세계의 수많은 소형 항공기 중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항공기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자설계로 개발한 반디호가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기쁘고 한국의 항공분야의 쾌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맥클라우드 박사는 반디호를 타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출발 남미를 거쳐 남극까지 왕복하면서 4만4000km, 약 지구 한바퀴 거리를 비행하였으며, 이번 비행을 통해서 반디호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을 가졌음을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아마 가까운 장래에 반디호의 수출도 이루어지리라 기대된다.
맥클라우드 박사에게 그렇게 위험한 비행 도전을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의외로 앞으로 인류의 문명 발전은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도 요즘 청소년들이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큰 문제이며, 청소년들이 항공우주를 포함한 과학기술분야에 보다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이며, 꿈을 갖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
요즈음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많은 걱정을 자아내고 있음에도 실은 우리 청소년들이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는 길은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들의 꿈을 꺾지 말고 키워나가는 길 뿐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탐구정신과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고 우리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 하게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