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어느 미련한 동물을 보았던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 이었는데 그들은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다가 뒤쪽의 한 마리가 앞쪽으로 달려 나가면 다른 양들도 덩달아 앞으로 달려 나가 자리를 지키려 한다. 그러다 이내 달리기 경주처럼 변하게 되는데 모두가 앞을 향해 쉼 없는 달리기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내 달리다 앞의 낭떠러지도 무시한 채 달려 추풍낙엽처럼 수십 마리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가롭게 초원의 풀만 뜯으면 되는데 단지 뒤쪽의 한 마리가 앞쪽의 풀을 뜯기 위해 뛰쳐나오면서 그들은 모두가 이유 없는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사는 모습을 보면 그 미련한 산양의 모습처럼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우리는 지적인 존재이며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문명인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실제 모습은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남들이 하니까 저녁 한다는 논리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우리지역에서 또 한곳의 아파트 분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가 대단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분양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볼멘 소리였지만 남들이 사니 나도 사야하고 남들이 이런 행위를 통해 부를 획득했으니 나도 같은 부를 획득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그곳에도 존재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나의 주관적 판단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발이익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 남들이 뛰는 뜀박질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것뿐인가? 원도심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상가의 공실률은 신도심이 더욱 큰 문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것 또한 한몫 잡을 수 있다는 군중심리에 의해 무리하게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사회는 부동산이라는 존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산양처럼 낭떠러지인줄 알면서도 달려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동산의 낭떠러지 도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 도달하게 되면 결국 일본의 경험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부동산거품이 빠지게 되고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 중 많은 사람을 신용불량 등 회복불능의 시대를 살아가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의 정책이 계속 국민을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개발정책은 서민의 주머니를 거덜 내고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에도 정부의 ‘기업도시개발법 시행령’이 기업의 부동산 투기 조장 내용을 담아 확정 의결 되었다.
정부의 경기활성화, 기업의 개발이익 독점, 지자체의 일부 세수 확대 논리는 세계유일의 막강 권력을 기업에게 주게 되었고 그 피해는 부동산으로 한몫잡아보고 싶은 심리에 사로잡혀 있는 순진한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현명한 정책변경과 낭떠러지가 가까워 졌음을 예측하는 국민의 현명한 판단과 대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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