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국내 금융시장을 묘사한 내용이다. 외환위기 이후 들어온 상당수의 외국계펀드가 허약해진 국내 은행과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매각하는 과정에서 2000억~3000억 원은 보통이고 7000억원, 심지어는 1조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으며, 조세회피제도를 교묘히 이용,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끄럽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정도이다.
그런데 얼마 전 눈을 의심케하는 기사가 같은 언론사를 통해 전해졌다. 4월 중순 국세청이 2개의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외국자본 견제를 위한 의도적인 세무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최근 강화한 ‘5%룰’(경영참여의 목적으로 지분의 5%이상을 사면 자금의 출처 등을 밝히는 제도)의 시행을 두고 ‘일부 외국투자자의 규제목적으로 급작스레 도입된 제도’라며, ‘경제국수주의’니 ‘경제분열증’이니 하면서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지 않은가?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한푼 내지 않으면 ‘외국자본의 놀이터’이고, 법과 규정에 따른 세무조사는 ‘경제국수주의’이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5%룰’의 시행은 ‘경제분열증’이란 말인가?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당연한 것이며, 변칙거래나 불공정·불법행위의 혐의가 있으면 마땅히 조사해야하고,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징계하는 것이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 아닌가? 이에 대한 시비는 조세주권에 대한 도전이며,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외국언론의 오만함의 표현에 다름 아니며, 자존심마저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존심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편에서 외국투자자들의 놀이터라고 비웃고, 또 다른 한편에선 경제국수주의라고 비난하는 이중성의 근저에는 그들의 눈에 우리 시장이 만만한 사냥감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의 조세체계와 해외투자관련 법령, 규정, 국제협약 등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원칙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서 외자에 대한 차별적 조사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조세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금융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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