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TV와 컴퓨터를 잠시 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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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TV와 컴퓨터를 잠시 꺼 보자

  • 승인 2005-05-02 00:00
  • 충청남도교육감  오제직충청남도교육감 오제직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스승의 날까지 이어지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가정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고단한 삶에 휴식을 주는 안식처이며, 사랑과 헌신이 있는 행복의 보금자리이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곳이다. 곧, 우리에게 존재의 정체성을 부여해 주면서 보람있는 삶을 영위하게 하는 근원인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전통적인 가정이 해체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존속 살해, 노인학대, 아동 유기, 가족동반자살, 이혼율 급증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렵던 일들이 발생하며 가정의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야기되고 있다.

가정의 해체로 인한 문제점은 교육 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급증하는 청소년 범죄, 학교 폭력, 집단따돌림, 청소년 자살 등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가정, 학교, 사회가 상호 연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할 때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1차 교육기관인 가정이라 할 수 있는 가정의 해체는 실로 엄청난 교육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그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다. 메이어라는 윤리학자가 말했듯이 도덕적 의무만 내세우던 윤리의 시대는 갔고 인간 사이의 사랑이 강조되는 윤리의 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의 가정은 엄격한 도덕성 위에서 성립할 수 있었으나 현대의 가정은 도덕적 의무도 요구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천생연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사랑을 ‘사랑하기’가 아니라 ‘사랑받기’로 여긴다고 비판하면서 ‘사랑하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랑하기’를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에 대한 집중이 필요한데, 현대는 이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많다고 한다. 사랑의 요람이어야 할 가정이 현대에 와서 급속히 해체되는 이유는 이 사랑을 위한 집중을 방해하는 물신(物神)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그 물신(物神)의 대표적인 예로 우선 TV와 컴퓨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TV와 컴퓨터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바는 분명 크지만, 가족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소외시키는 역기능 또한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TV와 컴퓨터를 잠시 꺼 보자. TV와 컴퓨터 대신에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그저 지그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에게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와 소통의 강물이 흐르고 사랑과 행복의 샘물이 솟지 않겠는가?

요즘 경제 위기를 많이 말하지만, 정작 큰 위기는 가정의 붕괴다. 가정의 달인 이 오월만이라도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고 그 소중한 가정을 위하여 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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