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상상력 대륙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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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상상력 대륙까지 확장”

김대중 성남고 교사

  • 승인 2005-04-30 00:26
창섭이에게.


소풍날답게 하늘은 맑고 날씨 또한 화창하구나.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멀리 경남 양산에서 온 너를 처음 대했을 때 조금은 낯설고 어색했었는데 입학한 지 두 달여 이제는 공부에 열중하고,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는 네 모습이 나날이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단다. 오늘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도일보 등의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고구려 대탐험전을 보며 네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구나.

너희들 뒤편에 서서 선생님도 전시물, 영상관 등을 관람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단다.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이었단다. 저 광대하고 기상 넘치는 고구려 문화는 오늘날 왜 우리에게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혹 우리네 역사가 남의 것은 소중히 여기고, 우리 자신의 것은 소홀히 여겨 왔던 것은 아닌지 깊이 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 역시 외국 것에 대하여는 너그럽고 유연하면서도 피를 나눈 우리 국민, 동포 형제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고 냉정한 비판의 자세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서도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수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자기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다른 이 사랑으로 나아가게 하는 든든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기반이 될 때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민족 통일의 길 역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 생각한 것은 ‘상상력의 확장’이란다. 흔히 상상이라 하면 미래에 관련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상상력은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이 땅의 역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란다. 이번 고구려 대탐험전은 반도 땅의 남쪽 지역에 묶여 있던 우리들의 상상력을 북만주, 시베리아까지 확장시켜 주고 있구나.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만 묶여 근시안적인 집착에 빠지지 말고 보다 멀리, 넓게, 깊이 사고하고, 공부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특별히 연극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만화창작 등 예술 분야를 공부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이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 아니겠니.

사랑하는 창섭아, 선생님도, 너도 오늘 고구려 대탐험전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의미 있고, 풍성하게 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자. 언젠가는 네가 쓰는 시나리오에 고구려의 영웅이자 한민족의 영웅 광개토대왕 이야기가 실리게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줄일까 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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