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연 : 올랜도 블룸, 에드워드 노튼
할리우드 원정대 세계공략 나선다
십자군전쟁 주제 리들리스콧 감독 블록버스터
‘천국의 왕국은 신. 종교 아닌 인간에게 있다’
뚜렷한 주제. 대규모 인력동원 전투신 볼만
십자군전쟁과 사랑을 그린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나왔다. 십자군전쟁은 그간 숱한 할리우드의 감독들이 눈독을 들였던 소재다. 그만큼 유럽 고대?중??역사를 다룬 대작 영화 가운데 유독 십자군 전쟁에 관한 작품은 드물다. 그 전쟁이 갖는 어마어마한 스케일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을 재현하는 일에는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혀를 내두른다. ‘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노장 리들리 스콧 감독(68)이 도전장을 던졌다. 2000년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서사극의 포문을 연 거장답게 그는 신작 ‘킹덤 오브 헤븐’으로 다시 한번 아카데미에 도전한다.
스콧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십자군 원정대 를 과감한 스케일 안에 담아냄 은 물론 전쟁의 덧없음을 자유자재로 비꼬기도 하는 등 숙련된 연출력을 과시 하고 있다.
영화는 1184년 프랑스에서 출발한다.
십자군 원정 약 100년 뒤 예루살렘 이벨린 영주로 있다가 프랑스로 잠시 돌아온 고프리(리암 니슨)는 어느 허름한 대장간을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는 숨겨진 아들 발리안(올랜도 블룸)을 만난다. 발리안에게 숨겨진 전사의 자질을 꿰뚫어본 고프리는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고, 결국 발리안은 성스러운 도시를 지키기 위한 영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아버지 뒤를 이어 이벨린 영주가 된 발리안은 예루살렘으로 가 십자군 원수로 서 그곳을 통치하는 왕 볼드윈 4세(에드워드 노튼)를 만난다.
문둥병에 시달려 온몸이 일그러진 왕은 항상 얼굴에 은색 가면을 쓰고 다니지만 혜안을 발휘해 예루살렘을 평화의 땅으로 만든 주역이다.
발리안은 볼드윈 4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살아가지만 뛰어난 검술과 용맹함으로 맹위를 떨치며 국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게 되고, 왕의 여동생인 아름답고 신비로운 공주 시빌라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 정적이 나타난다. 그녀는 악명 높은 교회 기사단의 우두머리 기 드루지앵이다.
시빌라와 정략 결혼한 그는 폭군적 기질이 다분해 급기야 이슬람 상인들을 공격하고야 만다. 몇십 년 동안 이어져 온 평화의 규약이 깨지는 순 간이었다.
그 유명한 이슬람 통수권자 살라딘이 군대를 이끌고 찾아오고 볼드 윈 4세는 그를 회유해 돌려보낸다. 하지만 어렵게 유지된 평화는 또다시 쉽게 깨지는 법. 볼드윈 4세가 죽자 드루 지앵은 왕위에 올라 살라딘 군대를 공격한다. 그러나 엄청난 숫자의 군대를 보유하고 지략마저 뛰어난 살라딘을 물리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예루살렘 성으로 진격해 오는 살라딘 군대를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이제 발리안 뿐이다. 하지만 발리안은 이 숙명 앞에서도 절대적인 신이나 종교 대신 인간 에 의지한다.
그는 “성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바로 백성을 위해 싸운다”고 천명한다.
영화는 신의 이념에 따라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묘한 반기를 든다. 감독은 이 의지를 발리안을 통해 충분히 표현한다.
발리안은 살라딘과 3일 간 계속 되는 전쟁 속에서도 종교적 구태를 벗어던지고 현실적인 전투를 감행한다. 스콧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들이 흔히 웅장함에만 치우쳐 이야기 전개를 소홀히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단호한 처방을 가했다.
철저하게 대중성에 입각한 그는 관객들이 십자군 원정의 소사를 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효과 대신 수많은 사람을 동원한 실사 전쟁 화면은 이 영화가 꾸밈없는 영웅 스토리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잘 증명한다.
이것이 스콧 감독의 능력이요, 이 영화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다.
5월4일 개봉. 상영시간 137분.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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