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교 급식법은 학생의 건강이 달려있는 급식을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한 시장기능에 방치하고 있어 급식재료에 저급 수입농산물이 무작위로 사용되고 있다. 그로 인해 식중독사고가 빈번, 이를 원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학교급식법의 개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학교급식개선과 관련된 법안이 정부안을 포함해 여섯 개나 계류돼 있다.
그간 학교급식법의 개정이 지지부진하자, 학교급식의 불합리성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일선 학부모들과 농민 및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둘러 학교급식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거나 제정을 시도하는 사례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 16개중 13개 지자체가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공포하였고, 기초자치단체도 42개 지역에서 이미 조례를 제정·공포하였으며, 50여 개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시행도 되기 전에 상위법인 학교급식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대법원에 제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조례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학교급식법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이 같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법의 개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 듯하다. 하나는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할 경우 세계무역기구 협정의 ‘내국민대우’조항의 위반으로 인한 무역마찰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급식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확대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왈가왈부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아 운용의 묘를 기하면 된다. 우리농산물을 명문화하는 문제는 학교급식의 우수한 식재료 공급을 위해 자국산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접근하면 된다. 농민과 시민단체들이 우리농산물을 고집하는 것은 어느 경우라도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식재료는 신선하고 안전성이 보장된 양질의 농축산물이라야 한다는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런 점을 반영해서 국익과 실리주의에 입각해서 국내 농산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적정한 용어나 구절을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문제는 학교급식에 대한 정부의 시각변화와 의지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고품질 농산물의 확보는 결국 급식비용증가로 연계될 수밖에 없으며, 증가되는 급식비를 학부모들에게만 부담시켜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농민생산자단체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학교급식 식자재에 대한 합리적인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급식 식자재에 대한 면세조치를 강구하는 등 식재료 조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되, 중앙정부는 학교급식을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단순한 급식비 지원이 아닌 교육비에 포함시켜 지원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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