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정치부장 |
선량은 한자로 가릴 선(選), 좋을 량(良) 말 그대로 어진 이를 뽑는다는 뜻으로 흔히들 국회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제대로 된 선량을 몇 번이나 뽑았을까. 매번 선거때만되면 불거져 나오는 ‘불법타락’이라는 말은 거의 빼놓지 않고 들어왔다. 우리의 선량은 매번 그렇게 해서 선출됐다.
오죽했으면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야 모두가 ‘깨끗한 정치’를 표방했을까. 하긴 깨끗한 정치도 매번 선거철만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말이었음은 아마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연히 언제부터인가 선량에 대한 이미지는 그만큼 퇴색되고 있음은 두말할나위도 없다.걸핏하면 부정에, 심심하면 말바꾸기에, 불리하면 일단은 우기고 보자는 식의 정치형태를 줄곧 봐온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불신이 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17대 국회에서 불·탈법선거를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선거구는 모두 6곳이다. 이중 충남이 자랑스럽게도(?) 공주·연기와 아산 등 2곳이다. 바꿔말하자면 충남지역 유권자들이 제대로 선량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아산의 경우 지난 16대에서도 재선거를 치렀는데 이번에 또 재선거를 치르니 가히 알만하다고 해야할까. 정말 이번에는 선량을 알아볼 줄 아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4·30재선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불·탈법의 오명속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각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도 깊이 반성하며 진정한 선량을 뽑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재선거에 나온 일부 후보자와 유권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혼탁의 길로 치닫고 있다. 돈안드는 선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돈봉투가 곳곳에서 날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권자들도 이를 쫓으면서 불·탈법을 당연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디 그뿐이랴. 각 후보진영의 소속정당은 뭐묻은 개 뭐 나무란다고 금권선거에 대한 떠넘기기식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향응제공, 허위사실 유포, 금품 살포 등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를 치르면서 또 다시 막무가내식으로 선거법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선량에 대해 한자로 풀어봤지만 정작 중국사전에는 없고 대신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선거(選擧)라는 말을 쓰고 있단다.
선거는 지금의 우리처럼 투표를 해서 여럿중 대표적인 인물을 뽑는 것을 의미하지만 본디는 ‘선현거능(選賢擧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즉, 선거는 어진 이를 선발(選拔)하고 능한 이를 천거(薦擧)한다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선거가 됐든 선량이 됐든 분명한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질고 능한 인재를 뽑아 중임을 맡긴다는 사실이다.
내일이면 이번 재선거의 결과를 알 수 있다.
과연 진정한 선량을 뽑았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우리 모두 후회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선거를 단순히 몇 명의 입후보자중에서 한 명을 뽑는 요식행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정치개혁이 힘을 받고 있는 요즘, 정치인 스스로 잘잘못을 반성하고 개혁에 나서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