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색동회의 활동 성격으로 볼 때 어린이날 지정은 적극적인 항일운동의 하나였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동요와 동화, 창작 등을 가르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날은 광복 후에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다가 1961년 제정·공포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국정기념일로 지정됐고 75년부터는 공휴일이 돼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날만은 우리 어린이들이 맘껏 즐김으로써 장래 나라의 기둥으로서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날이 정작 어린이에게 즐겁지만은 않은 날이 된 듯해 씁쓸하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엔 각급 학교 학사관리상 중간고사를 치르도록 돼 있다. 이러다보니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중간고사가 어린이날인 5월 5일 이후에 치르게 돼 정작 어린이에게는 시험공부를 하는 괴로운 날이 된 것이다. 물론 학사 운용은 각 학교 자율로 하도록 돼있고 따라서 학교에 따라 중간고사 날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도 대전·충남의 초·중·고등학교 반 이상은 어린이 날 이후에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란다. 그렇다고 어린이날 이전에 치르는 반 정도의 어린이는 이날이 모두 즐거운 것도 아니다. 다른 형제가 어린이날 이후에 시험을 보게 되면 전 가족이 시험 부담이 돼 고민하게 되고 제대로 나들이도 하지 못하고 만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한 후배(학부모)의 넋두리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둘인데 꼭 한 녀석의 시험은 5일 이후다. 시험공부가 부담이 되니 나들이를 가도 즐겁지 않고 안가도 걱정이다.”
어린이 입장에서도 여간 불만이 아닐 것이다. 어린이 날 노래에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이라고 돼 있는데 ‘우리들 세상’이 아니라 ‘어른들 세상’이 아닌가 불평함직도 하다. 왜 우리학교는 시험을 늦게 봐 신나게 놀지 못하게 할까 원망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과연 어른들은 어린이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지금의 어린이날이 어린이를 위하고 이들이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어른들은 배려하고 있는가?”, “공휴일이니 하루 봄나들이 하는 날 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운동장에서 수천명 모아놓고 마술을 보여주거나 고적대 묘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는 것은 아닌가?”
즐겁고 신나야 할 어린이날이 시험 때문에 그르쳐서는 안되고, 사람 속에 파김치처럼 지쳐서 피곤하고 괴로운 날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제82회 어린이날은 우리 어린이들이 신나게 보낼 수 있는 즐거운 날이 되도록 해야한다. 어른들이여,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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