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편집국 부국장 |
난 지난주 ‘신목민학’에서 이 문제를 한번 다뤘는데 다시 한번 언급하려는 이유는 이 문제의 본질이 ‘지방 죽이기와 지방분권화 저지’에 있다는 점을 좀더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도를 없애고 234개의 시·군·구를 3~4개씩으로 통폐합, 지금의 ‘기초’보다 큰 지방자치단체 60~70개만을 두는 ‘지방행정 단층제’를 실시하자는 게 여야의 공통 안(案)이다. 지금 같은 2단계(광역-기초) 체제는 행정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개편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론적으론 행정 효율성에서 복층구조보단 단층제가 유리할 수 있다. 철의 여인 영국 총리 대처도 당시 행정효율성을 내세워 행정체제 단층화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것의 중요한 목적은 ‘중앙집권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노동당이 집권한 이후로 정책은 뒤바뀌었다.
지금 여야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어 보인다. 지방분권화를 막아보자는 게 국회의원들의 속셈이고, 여기엔 여야의 구분이 없으니 짝짜꿍이 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의 힘이 커질수록 지방에서 받던 ‘상전’(上典) 대우는 그만큼 줄어들고, 금배지를 다는 재미도 덜하다. 유치해 보이지만 이것이 지방행정구역을 고치고 싶어하는 이유다. 여야가 작년 국회에 제출됐던 중앙업무 지방이양 일괄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도 지방분권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을 선거로 뽑고부터 이들이 자신들의 잠재적인, 그러나 누구보다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시·도지사 자리는 대권(大權)으로 가는 경유지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고, 심대평지사처럼 국회의원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국회의원들에겐 정치적 ‘상전’이 되었다. 그 아래 시장 군수 구청장들도 -자신이 천거하여 당선된 사람조차 - 국회의원 자신들의 금배지를 위협하는 ‘적수’로 돌변하곤 한다.
3~4개 시군이 합쳐친 ‘새 지방단체의 장(長)’은 시·도지사보다 영향력은 떨어지면서도 지금 같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서는 시장 ·군수·구청장보다 득표경쟁력에서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여야가 구상하는 행정구역개편안은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일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선 간혹 시장·군수 선거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하였지만 지방자치 시대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고 그것이 요즘 나오는 여야 개편안이다.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를 통합하는 개편은 행정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니 언뜻 좋은 평을 얻을 수 있고, 또 시군구 중에는 여전히 상전 격인 시도를 없애자는 데만 주목, 찬성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령, 논산을 전북 익산에 붙이고, 금산군을 영동?옥천??붙이며, 연기군과 공주시를 붙여 각각 하나의 시(市)로 삼는 데서 오는 전국적 혼란-시청 소재지의 위치 문제 등-과 그로 인한 지방분열현상은 지방분권화을 방해할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에게는 경쟁자 없이 쭉 해먹을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여야의 행정구역개편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을 죽여 국회의원들이 보다 안전하게 권력을 누려보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덩달아 지방과 지방주민들까지 중앙의 예속을 못 벗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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