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의 백작부인 |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면의 밤의 연속이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스크린의 향연을 만끽해도 ‘내일은 무엇을 맛볼 것인가’하는 고민에 잠이 쉬 오지 않는다. 시간표를 보면서 영화관의 동선을 체크하다 보면 동이 터오기 일쑤다. 영화제 개근생들의 고민이 이렇다면 영화제를 처음 가볼 이들이 겪을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다.
30개국 170편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송일곤, 아 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등)에서 폐막작 ‘남극일기’(임필성 감 독)까지 차림이 풍성하다. 정수완,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뽑은 필히 봐야 되는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거칠마루’〓 무술사이트라는 온라인 동호회와 실제 몸을 움직여야 하는 무협을 결합시켜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것의 조화에 대한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실제 무술 고수들이 주연을 맡아 화려한 액션장면이 돋보인다. 국내 디지털장편영화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 ‘서프라이즈’로 충무로 데뷔식을 치른 김진성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와 디카를 잡았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완성본을 선보인 후 ‘뜨거운 감자’가 음악을 맡고 가수 김C가 출연해 몇 장면을 추가촬영 한 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다섯개의 시선’〓 국가인권위원회의 두 번째 프로젝트. 김동원, 류승완, 박경희, 장진, 정재우 감독이 탈북 청소년,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중국동포 등 사회적 소수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이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낸다.
◆‘레드 라이트’〓 98년 ‘권태’로 격찬받고 2001년 ‘로베르토 쉬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세드릭 칸 감독의 최신작. 일상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공포와 불안을 포착하는 솜씨가 빼어난 걸작 스릴러. 고속도로에서 우연처럼 한 남자가 겪은 악몽의 하루를 소재로 한 조르주 심농의 추 리소설이 원작이다.
◆‘루트 18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2명의 다큐감독이 연출한 270분짜리 다큐. 중동의 현상황이 이데올로기적이고 병리학적 구축물이라고 생각한 두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경계지역을 가로지른다. 반유대주의적이라는 이유로 2004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이 취소 돼 장 뤽 고다르 등 프랑스 지성들이 격렬하게 항의했던, 논란속 영화.
◆‘맨발의 백작부인’〓 ‘이브의 모든 것’ 조셉 맨키위츠 감독의 54년작. 복합적인 플래시백, 복수의 내레이션 같은 모던한 형 식으로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걸작으로 꼽힌다. 험프리 보가트, 에바 가드너의 매력적 연기가 빛난다.
◆‘비전스 오브 유럽’〓 피터 그리너웨이, 아키 카우리스마키, 파티 아킨 등 25명의 감독이 유럽연합(EU)시대를 맞아 새로운 유럽 공동체에 대한 단상을 각 5분짜리 영상물로 만들었다. 영화는 새로운 문화적, 인종적, 역사적 용광로가 된 유럽 전체의 거대한 모자이크 풍경화다.
◆‘스위트 잼’〓 남편의 가출뒤 잼가게를 연 한 노인의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단편 ‘ 레오니’(97년)와 ‘폴린느와 폴레트’(2001)로 주목받은 리벤 드브라우어 감독의 작품. 점차 사라지는 플랑드르 지역 특유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코믹하고 경쾌하게 묘사했다.
◆‘사라방드’〓 현대영화의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의 HD영화(2004년). 그의 73년작 ‘결혼풍경’의 속편이다. ‘결혼풍경’의 커플 요한과 마리안이 30여년만에 재회하면서 시작되는인 영화는 감독의 말을 빌리면 “4명의 솔로이스트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다.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를 불완전 한 인물들의 강렬한 클로즈업으로 풀어나가는 노대가의 솜씨가 눈부시다.
◆‘태풍클럽’〓 일본의 중학교를 무대로, 태풍이 다가오면서 내면에 억눌렸던 본성을 분출하며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 은 영화. 새로운 청소년 영화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는 소마이 신지의 최고작이다(85년). 리에 역을 맡은 구도 유키는 훗날 할리우드에 진출, ‘삼나무 숲에 내리는 눈’의 주인공을 맡았다.
◆‘재의 인간’〓 86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수상작. 아랍 문화권에서 특히 민감한 동성애 등의 내용으로 처음 본국에서는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던 튀니지 영화. 아랍권영화, 동성애와 남성성 논의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읽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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