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가지 사례만 예시하여도 대선 직전 야당이 정치적 공세 차원에서 제기한‘국정원 불법도청 의혹’을 각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검찰의 수사 결과 무혐의로 처리되었으며 지난 19일에는 SBS 뉴스추적에서‘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 실체’제하의 보도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특수 활동을 통해 DJ딸 생활비를 조달했다”는 의혹제기를 시발로 각 언론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보기관의 업무수행은 은밀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업무수행 과정이 극히 일부만 노출되어도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의 공개를 통해 권력을 감시 통제하는 언론에서는 은밀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정보의 공개를 유도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빈번하게 제기할 시 업무의 특성상 완벽한 해명이나 지상 공개가 불가한 정보기관에 대해 불신의 벽은 더 높아져서 결국 정보기관의 폐지론이 대두 될 수 있다. 정보기관의 성공한 공작은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지만 실패한 공작은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것이 속성이다. 이로 인해 어느 후보는 제 16대 대선공약으로 국정원 국내정보기능 폐지까지 제시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때 나침반의 사용 용도와 관련 시비가 있다고 하여 이를 바다에 던져 버리려는 용감한(?) 선장이 나타나 대한민국호를 끌고 가다 침몰시키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낀 적도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시절 국민의 억압기구로 정보기관이 작동했던 시절에 언론이 확인할 수 없는 제보내용에 대해 일정한 취재절차를 거쳐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 국가기관의 불법활동을 견제·위축시키고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켜 민주화를 촉진시켰던 공적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참여정부 이후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과잉되게 진전되었고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정치적 이용 금지를 누차 강조, 확행되고 있으며 국정원 내부에‘과거사진상규명위’를 구성, 지난날의 의혹사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중이며 또한 북핵 문제가 세계적 핵심 이슈로 떠올라 우리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은 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시청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시킬지언정 국정원과 국민간 불신을 증폭시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제기 차원의 뉴스 양산은 국가 장래를 위해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20세기 중반 독재정권 유지의 첨병역할을 했던 중남미·동유럽 국가들의 정보기관들이 1990년대 민주화 직후 ‘폐지’또는‘축소’되었다가 국가운영의 절박한 필요성에 의해 곧바로 재편되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바 언론은 이러한 세계 정보기관의 변화 추이를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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