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자 자영업자 등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부가가치(附加價値)를 창출하며 수입을 얻는다. 졸부는 막대한 돈을 벌어도 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즉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 없이 돈만 버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그러나 졸부들의 수익률은 때론 너무 커서 모두들 여기에 관심을 갖는다. 정치인·관료·학자·사업가 등 모두가 기회만 되면 부동산 투기에 올인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퇴진한 정부고위관료들이 우리처럼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투기로 발생하는 차익을 정부에서 철저하게 환수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사회적 풍토를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장인, 사업자, 자영업자들로부터는 한 푼 어김없이 세금을 징수하면서, 부동산 졸부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하다. 정부는 세금 이야기만 나오면,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금을 많이 거둘 것”이라고 말하는데, 투기를 일삼는 부동산 졸부들이 얻는 ‘인플레이션 차액’부터 환수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개개인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인플레이션 차액은 그 후손에게 상속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지금 ‘투기 소득’은 그대로 후손에게 상속된다. 그래서 부모가 부동산 졸부면, 자식은 자동적으로 부자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전문가가 되고 인재가 되어, 국가와 자신을 살찌우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게 문제다.
‘졸부들의 방식’이 허용되고 인기를 끄는 사회에선 노력을 안 하고도,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도 부(富)를 축적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선 젊은이들조차 “쉬운 길 두고, 왜 힘든 공부하느냐?”는 생각에 갈수록 박약해지고, 무지해진다. 요즈음 부쩍 많아진 탈영병과, 대학의 기초학문 퇴조경향이 이를 대변한다. ‘한번만 잘 되면’이라는 생각은 한탕주의를 조장한다. 근래 급증하고 있는 은행의 부정사건이나 각종 사기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부동산 졸부만 못한 데서 오는 박탈감과 ‘누구는 별 큰 노력도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데…’하는 불만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는 국민화합을 해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근래 더 심해진 사회적 분열현상의 연유도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그 인재 몇 명이 국가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지식사회라고 한다. ‘부동산 졸부’가 인정되는 사회, 아니 고위 권력층이나 사회적 지도층까지 ‘부동산 졸부’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전문가들은 설 곳은 좁아진다. 지식이 필요없고, 그래서 공부할 필요도 없는 사회, 그런 국가에 미래는 없다.
지금 행정도시 조성이 추진되는 공주와 연기 지역 부동산 경기에 파란 불이 켜지고 있다고 한다. 본래 땅 주인인 농민에게 이뤄지는 적절하고 정당한 보상이야 시비할 것이 없지만 부가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하는 투기꾼과 졸부들에 대한 대책은 더 강화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 투기는 꼭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허언(虛言)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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