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일기장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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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일기장 검사

  • 승인 2005-04-20 00:00
  • 대전법동초등학교 교사 윤기원대전법동초등학교 교사 윤기원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초등학교 일기 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초등학교의 일기 쓰기 교육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라는 의견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하였다. 교사들의 일기 쓰기 지도를 ‘관행’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관행’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관례대로 행함 ▲한 가지 일을 자주 행함 ▲익숙하여 잘함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관행이라는 표현은 사전적 의미로 쓰여지기보다는 좋지 못한 행동이나 무의미한 일의 반복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교사들의 일기 쓰기 지도가 무의미한 행위의 반복이란 말인가? 게다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일기장 검사를 한다. 한 시간 수업 후 10분 숨돌리는 동안, 또는 점심 식사 후 차 한 잔 한가로이 마실 시간까지 쪼개어 4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일기장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이다. 교과 전담 교사가 수업하러 들어오는 시간이면 일기장을 한아름 안고 교무실이나 학년 협의실로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럼, 초등학교 교사들은 왜 이렇게 쉴 수 있는 시간까지 반납해가며 일기장 검사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일기장 검사가 교육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이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기장이 교사와 학생간의 소중한 대화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 학급 40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그날그날 생각이나 행동을 모두 다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사들은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의 고민도 알게되고, 그 고민의 해결책을 넌지시 제시해주기도 한다. 또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의 행동을 뒤늦게 일기장을 보고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간혹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 교사에게 보여주기 싫은 내용은 자신만의 비밀 일기장에 따로 기록한다는 말도 있다. 선생님에게 보여주기 싫은 날은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살짝 접에서 내자고 교사와 학생이 미리 약속을 해 두면 어떨까? 서로 신뢰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검사, 평가하는 것은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개개인의 인권은 소중하며 꼭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일기 쓰기 지도는 어디까지나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담임 교사와 학생간에 이루어지는, 교사가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다. 일기 쓰기를 지도하고 안하고는 담임 교사의 신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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