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노령화 사회와 침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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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노령화 사회와 침구학

  • 승인 2005-04-19 00:00
  •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부 책임연구원


한의원의 아침 첫 진료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다. 침과 뜸 치료를 받기 위해 오전 일찍 한의사를 찾는 이유로는 퇴행성 슬 관절염 등 관절 계통의 통증과 저림 등이 눈에 띄게 많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노인 의료와 건강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고 따라서 침과 뜸 치료를 받기 위한 노인 인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도 아침잠이 없는 노인들에 맞춘 오전 일찍 진료를 하는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침과 뜸은 한의학 용어로는 침구(鍼灸)라고 한다.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 기술인 침구 치료는 한의학의 전문 분야인 침구학으로 우리나라 11개 한의과대학에서 교육되어지며 한의사들이 행하는 주된 의료 행위로서 노령화 사회에 중요한 치료 기술로 역할이 증대되리라 생각된다.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 증대로 침구 치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치료 영역과 수요자 층이 확장되고 있다. 과연 침구학은 어떻게 기원되어 현재에 이르렀을까?

침구학은 고조선 시대의 골침, 돌침 유물로 추측컨대 단순히 동통이나 불편한 곳에 예리한 돌 등으로 문지르거나 자극함으로써 고통을 해결한 데서 기원했다고 보이며, 삼국 시기 기록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 의사들의 침구 기술이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명성을 떨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임상의학 교과목에 침구학이 전 과목의 반 이상을 차지하여 비중이 매우 컸다고 한다.

조선 후기는 수많은 침, 구의사가 안팎에서 이름을 날리는 침구학의 전성시대로서 실증적이고 임상 효능에 기반을 두면서 사지 말단 즉 무릎이하, 팔꿈치이하에 있는 혈 자리 만을 이용하여 한의학의 진단 치료 이론을 잘 접목시킨 처방 기술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국과 차별화 된 자주적이고 독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로 침구학의 학술적 제도적 발전이 주춤하였으나, 해방이후 한의사 제도가 부활하고 한의과대학이 만들어져 정식 교육제도 내에 침구학이 교육되고, 침구과 전문의를 배출하면서, 전통적인 침구 강국의 맥을 잇게 되었다. 현재 옛 문헌을 토대로 한의사들의 연구를 통하여 태극침법, 약침요법, 팔체질침법, 오행침법, 일침요법, 화침요법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침구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국민 보건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세계의료 시장은 만성, 퇴행성, 노인성 질환의 급증과 함께 새로운 치료 체계가 요구되고 있으며 침구 치료법은 세계적인 호응을 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과학적인 침 치료 원리 규명과 침구 치료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EBM: Evidence based medicine) 마련 등 사회적 수요에 부응한 국가 정책적 과학 기술로 침구치료기술이 인정되어 2005년부터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침구학의 강점을 살리고 우수한 국내 과학 기술력을 융합하여 향후 노령 인구의 증대로 야기되는 의료비용 절감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저비용 고효율의 침구 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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