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

며칠전 일본외상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는 “1995년 당시 총리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의 담화와 1998년 한·일 공동선언 등으로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다”며 “일본정부가 역사를 정면에서 보지 않고 왜곡한다는 한국과 중국의 비판에 대해 예상 밖이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의 말은 일본정치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은 역사왜곡의 비판을 수용할 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그들은 심지어 과거사 사죄가 내정간섭이라는 인식까지 갖고 있다. 담화와 공동선언 등으로 사과를 했으니 더 이상 반성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인가.

일본 군국주의는 한국을 비롯, 많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안겨줬다. 다시는 남의 나라를 빼앗고 능욕과 살인의 죄 많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과거 반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반성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총리는 지금도 전범들이 누워있는 신사에서 참배를 한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라도 일본을 이끌고 나가는 자신도 선배의 뜻을 이어받아 ‘대일본제국의 영화’를 재현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아닐까?

반면 2차 대전의 또 다른 전범국가 독일을 이끄는 수상들은 너무나 태도가 다르다. 유태인 묘소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정말 애통과 반성의 태도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현 슈뢰더 총리는 지금도 아우슈비츠에 찾아가 참배하고 나치만행을 반성하고 있는데 일본 총리가 전범에 대해 참배를 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치무라 외상은 유대인 말살이라는 범죄행위와 일본의 전쟁은 다르다는 소리도 했는데 도대체 유대인 말살정책과 강제징집으로 전쟁터와 탄광에서 죽고 위안부로 끌려가 능욕을 당한 것과 그 무엇이 다르다는 지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낫이나 일본도로 사람의 목을 치는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스실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우리가 진정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일본제국주의의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정잡배 보다 못한 일본 우익단체의 행태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최소한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조차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더 이상 이웃대접을 할 수는 없다. 절대 용납해서도 안 된다.

일본정부가 올바른 역사교육을 포기했다면 이제 우리가 대신 나서야 한다. 일제의 만행을 매일 되새기도록 일본정치인들이나 후손들에게 각인을 시키는 작업을 온라인, 오프라인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네티즌이나 매스컴이 맡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도 국민들에게 일본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 단합을 해야 하고 친일 역사관과 왜곡된 민족관을 가진 자들이 국민을 혼란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온 국민을 격분케 한 한 교수를 옹호해 물의를 일으켰던 지만원이라는 “사람의 또다시 일본 대사관에서 시위하는 할머니들이 대부분 자발적인 생계형 창녀”라는 주장은 어이가 없다. 온 국민이 독도문제, 왜곡된 교과서 문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공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데 장소와 시간도 가리지 못하고 함부로 떠드는 이런 사람들 입을 봉하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