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먹고 물 마시고 하늘보고 누웠으니 이만하면 족하다’며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했던 우리 선조들의 여유로움이 자꾸 생각 키워지는 건 무슨 연유일까? 엊그제는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았던 정말 식상한 교육관련 이야기를 또 들었다. 지난해에 1만2317명의 서울시내 초, 중, 고교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는 씁쓸한 보도다.
부모들의 해외근무 등 부득이하게 유학을 떠난 학생말고도 순수학업만을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 수가 무려 6000명에 이른다니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 통계대로라면 하루에 한 학급(34명)씩 해외 유학을 떠나는 셈이다. 교육제도, 사회여건 등, 모든 것들이 정상인 상태에서 인재양성을 위해 떠나보내는 유학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 할만한 일이다.
그렇지만‘조금만 더 견디면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만들지 못하는 정부(교육부)나 정치권 때문에 이 나라를 속속 떠나는 유학이라면 이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학생들 몇 명 유학 가는걸 가지고 뭘 그리 침소봉대 하느냐고 반문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딸을 위해서라면 날품팔이도, 기러기 아빠도 기꺼이 자처하는 이 땅의 선량한 부모들의 그 복장 터지는 속내는 누가 알아주는 것인지.
도대체, 그 시작이 어디고 끝도 어딘지도 모르게 뒤엉킨, 오늘 우리의 교육현장. ‘국가관은 고사하고 아예,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의 본질마저 까마득히 잊은 채, 학생들에게 시험 보는 요령만 가르치는 오늘의 교육제도로는 자기 한 몸뚱아리 먹고사는 소인배는 양성할지는 몰라도, 정녕 국가가 바라는 인재는 단 한사람도 키워낼 수 없다’는 어느 교육심리학자의 충언에서, 우리는 왜 앞다퉈 나라를 버리고 해외 유학을 떠나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아예 교정으로까지 침투한 조폭 문화에 겁이 질려 학교 가기가 두려운 사회. 택시운전기사에게 승객이 살해당하는 믿음이 붕괴된 사회. 스와핑이란 해괴망칙한 짓거리도 서슴지 않는 지식인들의 작태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인륜을 중시하지 않는 오늘의 사회는 분명 도덕과 권위가 상실된 위기의 사회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 심각한 담론과 처방 따윈 뒤로 미룬 채 마냥 즐기고 보자는 식의 배려 없는 사회엔 늘, 즐긴 만큼 처절한 앙갚음만 되돌아올 뿐이다. 이것이 대자연의 이치다.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꼬이고 얽힌 맨 끝자락에서 해법을 찾으면 그건 미봉책 일뿐이다. 경제 발전에 바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었다.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도 따지고 보면 지난 반 세기동안 누적되어온 병폐다. 그저 눈먼 가시나 미나리 다듬듯 그리 대충 대충 해결 될 일들이 아니다.
잠에서 깨어 신문 접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흉악범이 난무하는 세상을 제쳐두고,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자신은 사형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형제 폐지를 사회적 인식으로 확산시킬 만큼 그리 한가 한 때가 아니다. 개인의 행복추구라는 미명 아래 호주제 폐지나 따지고 있을 시절은 더 더욱 아니다. 지금이, 미래를 엄습할 앙화(殃禍)에 대비 할, 가장 적당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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