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배반의 계절

▲ 송명학 편집국 부국장

차기 지방선거는 아직도 1년여나 남았다지만 충청도는 벌써부터 기세를 잡고 유리한 고지 선택을 위한 정치판의 치열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선거판에서나 있을법한 신의니 배신이니 하는 다분히 전투적인 용어가 지역정치권 도처에 난무하고 저마다 명분과 실리로 포장한 제살길 찾기 또한 치열하다.

이처럼 때아니게 지역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염홍철 시장과 심대평지사의 소속 정당의 동반탈당에서 비롯됐다.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나 저녁술자리를 할라치면 으레 나오는 것이 염홍철 대전시장과 심대평지사 얘기다. 지역정치권 인사들이나 지역민들은 지금 이 두 사람의 완결편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사람의 정치행보에 따라 지역정치권은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것이고 또다시 줄서기와 패거리 짓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은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심지사는 “내가 언제 지역정당을 만든다고 했느냐. 분권형 정당이면 몰라도”라며 급격히 달아오르던 신당바람을 자진해서 차단하고 나섰고 염시장은 “모든 일이 명분이 축적돼야하는 것 아니냐”며 주변의 성급한 관측을 도닥거리고 있다. 결국 급히 서두를 것이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기도 하지만 모든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것이 이들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지역정치권에서 말품깨나 판다는 호사가들은 나름대로의 잣대를 들이대며 앞으로 벌어질 정치판도 읽기에 숨가쁘다. 이들은 대략 세가지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가 심지사와 염시장이 동반탈당을 이뤄냈던 것처럼 합심해 충청권 민심을 끌어갈 경우다. 이 경우 그 폭발력은 내년지방선거에서 핵폭탄 급이라는 점에 이들은 거침없이 동의한다. 현재 자민련 한나라당의 양당구도로 재편되어 있는 지방정치권은 이 두사람의 합작품속으로 급속히 빨려들 것이며 가공할 만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란게 골자다.

반면 이 두사람의 동상이몽이 현실화 되며 각자 갈길로 간다면 그 앞날은 아무도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들어 염시장이 행정수도 추진등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열린 우리당행을 택하고 심지사가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한다면 내년 선거는 열린당과 신당의 싸움이 될 것이란 예상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아마도 공천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간신히 지키고 있던 소속 지방의원들은 썰물같이 신당행을 택할 것이고….

그러나 만약 심지사의 신당이 현실화되지 못할 경우, 그 경우는 어떻게 될까. 상당수는 심지사의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렇지않은 상당수는 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결국은 신당을 창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당을 창당하기 위해선 명분 조직 자금 등 3박자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어느 것 하나 신통치 않다는게 정치깨나 얘기한다는 사람들의 이구동성이기도하다.

지금 시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담은 대략 이 정도 수준에 맞춰져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의 수가 벌어지든 충청도를 놓고 벌이는 이들의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차기 지방선거는 시작도 이들 광역단체장들이 했고 따라서 그 결론도 이들이 맺어야 하는 숙명이 돼버렸는 지 모른다. 그 결론이 가닥이 잡힐 때 까지 충청도는 1년여의 긴 시간동안 숱한 설과 시나리오가 양산되며 정치열기를 더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를 빚든지 충청도는 또 한번 이합집산이 거듭되며 신의와 배반의 시련에 휩싸일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