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엽 시인의 백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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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동엽 시인의 백제 사랑

  • 승인 2005-04-12 00:00
  • 김무환 부여군수김무환 부여군수
고향의 산과 들, 그리고 금강을 유난히 사랑했던 신동엽 시인은 부여에서 나서 자라고 생각을 키운 분이다. 일제강점의 암흑기인 1930년부터 혼란과 격동, 이념과 갈등의 골이 끝이 없을 것만 같던 1969년까지 너무 짧고 아쉬운 삶을 살다 갔지만, 의식있는 민족시인으로 특별히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문학적 천재성과 더불어 우리가 정체성을 잃을 때마다 올곧은 길로 이끄는 밝은 빛이 되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그 분이 토해 낸 불굴의 정의와 민족정신이 한때 긴급조치 등으로 제재되고 폄하되는 불행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까지고 생명을 잃지 않는 것처럼 신동엽 시인은 우리나라 문학사에 깊고 뚜렷한 자취를 남겼으며, 아울러 암울한 시대에 우리의 몫을 대신 고민하고 실천한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문화관광부가 4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하였으며, 우리 군에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추모제, 문학의 밤, 신동엽 시인의 작품 오페레타 공연, 백일장, 문학기행 등 많은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이 달부터 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생가 가까이에 그를 닮은 문학관을 세우려 한다. 문학정원(庭園)과 전시실을 갖춘 아담한 공간으로 꾸며 이곳에서 신동엽 시인과 교감하면서 문학적 소양 을 가꿀 수 있는 교실이자 사랑방이 될 것이다.

나는 ‘껍데기는 가라’를 통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알맹이가 되기 위해,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서는 편협되거나 왜곡된 눈을 갖지 않기 위해 나름으로 애써왔다. 그리고 대서사시 ‘금강’은 외로운 선각자의 깊은 고뇌와 깨어있는 의식의 펼침이 생생한 감동으로 늘 다가온다.



백제, 옛부터 이 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거름을 남기는 곳

금강, 옛부터 이곳은 모여 썩는 곳,
망하고, 대신 정신을 남기는 곳

바람버섯도 찢기우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새 씨가 된다.

그러나 찢기우지 않은 바람버섯은
하늘도 못보고, 번식도 없다

<금강 中에서>
부여와 백제를 사랑하며 맑은 영혼으로 우리들의 빗나간 양심과 무지를 깨우쳐준 시인 신동엽의 문화인물 선정을 모두의 기쁨으로, 그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 가슴속에 소중히 키워 가야 한다. 4월은 산천이 껍질을 찢고 속잎 돋아나고 가슴에도 속잎 돋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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