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공직생활에 젖어있던 사람이 혁신을 강력하게 외치며 동시에 임직원들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내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과 기업의 경영여건 속에서 관행적사고와 보수적 업무처리만으로는 어느 조직이나 개인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경영환경은 분초를 다투어가며 변화하고 있는데다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경쟁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공사의 경우도 경영혁신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가 영역 파괴현상이 아닌가 한다. 내가 사장으로 재임 중인 도시개발공사만 하더라도 생활폐기물 처리나 영세민 임대아파트 관리 같은 공익사업도 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기업들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민간사업자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테마공원 영역에서 대전동물원은 해외자본까지 가세한 수도권의 거대 공원들과 치열한 관람객 유치전을 치르는가 하면 주택시장에서는 수십년 넘는 노하우를 축적해 온 민간 건설업체들과 건설원가는 낮추고 품질은 향상시켜야 하는 분양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처럼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안전도 100%의 공공부문 사업만 곶감 빼먹듯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대한 영역의 구분이 사라져버린 자리에는 무한경쟁이라는 생존의 논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나처럼 공기업에 근무하거나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의 변화가 반가울리 없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의 확보라는 과제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고객인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간에 벌어지는 끝없는 경쟁은 보다 폭넓은 선택의 기회가 될 수 있고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는 바람직한 현상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혁신을 부르짖는 이유와 정당성도 이러한 고객만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혁신이라는 말은 결코 난해한 경영학 용어가 아니다. 좁게는 기업 내부적으로 유리알처럼 투명한 경영과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바꾸고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며 넓게는 고객과 기업 사이에 믿음과 만족이 유지된다면 그역시 혁신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공기업의 주인은 시민이고 나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시민으로부터 경영을 위탁받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혁신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와 서비스 품질의 향상은 단순히 도시개발공사라는 단일 기업의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것이고 나아가 대전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마침 우리공사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혁신의 필요성과 실천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몇차례의 시행착오에서 보았듯이 요란한 구호의 나열이 아니라 실천이 뒤따르는 시민을 위한 진짜 혁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150만 시민께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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