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웨더포드 지음/정영목 옮김/사계절 출판
볼테르는 자신의 희곡 ‘중앙의 고아’에서 칭기스칸을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라고 묘사했다. 반면 네루는 ‘세계사 편력’에서 “알렉산더와 카이사르도 칭기스칸 앞에서는 작아 보인다”며 그를 ‘아시아의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이렇듯 서양과 동양은 언제나 각기 자신의 거울로만 칭기스칸을 비춰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15년 현지답사와 몽골 왕가의 비밀서책 ‘몽골비사’를 통해 그 누구도 몰랐던 칭기스칸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불행했던 초원의 한 사나이가 어떻게 유럽을 오랜 잠에서 흔들어 깨웠고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근대 세계체제로 형성했는 지, 그 진실을 밝히고 있다.
임마뉴엘 월러스틴은 1974년에 내놓은 ‘근대세계체제’에서 유럽지역의 봉건제 몰락과 자본주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15∼16세기에 세계가 유럽을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몽골 제국이 세계사에 남긴 족적을 살피지 않고 내놓은 성급한 결론일 지 모른다. 저자는 몽골 제국이 13세기에 이미 유라시아 세계를 하나로 통합했고 이를 통해 근대세계 체제로 가는 길을 200년 먼저 뚫었다고 주장한다. 몽골 제국 아래 통합된 유라시아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 까?
이 책에는 칭기스칸 시대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몽골 학자들의 모습과 칭기스칸의 어린시절, 초원의 오랜 관행을 깬 전쟁 전술운용, 칭기스칸과 세계사, 일련의 가족법 개혁 등 칭기스칸과 몽골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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