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의 죽음(엄기표 지음/고래실 출판)
‘삼국유사’ ‘삼국사기’ 바탕 죽음에 얽힌 이야기 재해석
‘사람들은 왕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왕이란 자리는 한 나라의 절대권력자로서 막강한 권력과 힘을 지닌 자리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더구나 고대 삼국의 왕들은 부족 중심의 역사에서 초기 중앙집권적 국가로 기틀을 잡아가는 시기였으므로 그 위험에 대한 노출 수위가 더 높았을 것이다.
저자는 ‘백제왕들의 숨겨진 뒷이야기’와 ‘백성들의 이야기’라는 원고를 완성했는 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이야기 중 백제왕들에 대한 이야기다.
고대역사에 대한 사료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바탕으로 한다. 시간적으로 먼 옛날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정확히 밝혀낸다는 것은 어쩌면 진실을 가장한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역사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의미에서 새롭게 재해석해 보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백제왕들 중에 생몰연대나 당시의 정황에 대한 사료를 근거로 살펴봤을 때 그 죽음이 얼른 납득가지 않는 몇몇 왕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귀족들과의 권력투쟁과 삼국 간의 잦은 전쟁, 신하에 의한 시해 등으로 그 말로가 참담한 왕에서부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왕에 이르기까지, 왕 자신이 스스로 목을 매는 장면을 누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백제왕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들 죽음의 유형을 스케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권력의 속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한 장면처럼 충복의 배반으로 시해되는 백제왕의 이야기를 읽으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패한 권력은 반드시 피를 부른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살다간 백성들이 사실은 더 행복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왕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도처에 도사리는 위험과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그들의 수명이 짧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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