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편집부장 |
일본 정부 대변인 역시 “수현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일·한 우호와 친선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히며 양국관계에 희망의 새 빛을 보냈다. 이후 공교롭게도 일본에서는 욘사마 등 한류열풍이 뜨겁게 불었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로 인천공항은 북적였다. 이에 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그동안의 불신에서 벗어나 비로소 ‘진정으로 가까운 이웃’이 되는게 아니냐며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은 최근 일본정부의 일련의 망언과 망동 때문에 또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 잊을만하면 꺼내드는 독도문제와 역사왜곡 카드는 한국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고 분노케 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칭)의 날’ 조례를 제정하는 외교적 만행을 자행했음에도 일본정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또 지난 5일에는 독도는 일본 땅이며 조선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통해 근대화됐다는 등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 기술한 내년도판 중학교 역사·사회 교과서 검정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더욱이 검정권자인 일본 문부성은 신청 교과서 가운데 독도를 ‘분쟁의 영토’로 설명한 일부 교과서를 ‘독도는 일본 땅’으로 수정개악(改惡)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과서 왜곡 차원을 넘어 한·일간 첨예한 외교 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일본은 역사의 진실을 거짓 포장으로 가리려고만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추태를 부리려는 것인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닐진대. 시인할 것은 시인 하고,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성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일이다.
우리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사에 얽매인 해묵은 민족주의적 감정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을 미래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국제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이웃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왜곡된 과거사에 집착해 번영의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반목과 갈등을 반복 할 수 없지 않은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이웃나라의 영토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억지는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지난 2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쾰러 독일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며 조상들의 죄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독일은 과거 범죄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잊으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입니다. 유태인 대학살 희생자들의 얼굴과 생존자들에 대한 기억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저는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입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TV속에 눈물 흘리며 사과하는 독일대통령을 용서로 받아들였고, 세계 언론들은 역사의 아름다운 교훈이라며 크게 반겼다.
정직은 최상의 정책이다. 역사의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제 마음을 열고 실타래처럼 얽힌 과거사 문제 해결에 진실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 교과서가 출판되려면 10개월이란 시간이 남아 있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줘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과 일본이 화합과 협력으로 뭉쳐 세계가 부러워하는 이른바 ‘동북아 시대의 신동반자’로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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