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콘크리트를 노래하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춘추]콘크리트를 노래하며

  • 승인 2005-04-08 00:00
  • 박영환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박영환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람은 편견을 가진 동물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일본인’이란 단어를 들으며 그저 그냥 ‘일본 열도에 사는 사람’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틀림없이 어느 쪽으로 치우친 생각에서 비어나 속어를 쓰거나 심지어는 욕설까지 동원해야 직성이 풀리는 국민이 요사이는 더욱 많을 것이다.

자그마한 편견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편견은 전혀 딴판으로 판단을 하게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세상살이를 끝내 구렁텅이로 몰라 넣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꼭 같은 뜻은 아니지만 이런 부류의 생각이나 행동을 경계하는 말이 적잖이 생겨났다. 곧, ‘선입견을 버려라’나 ‘색안경을 끼지 마라’는 글귀도 있고. ‘고정 관념을 깨부숴라’ 나 ‘내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라는 말도 있으며, 나아가 ‘나를 벗어 던져라’라는 문장까지 있다.

우리는 어쩌면 ‘시’와 ‘시인’에 대해서도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꽃이나 나무를 소재로 자연을 읊은 것이 시이고, 사랑이나 그리움을 들먹여야 그럴듯한 시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지난날의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시의 영역이 훨씬 넓어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시인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나서 펜을 잡으려는 문인들이 늘어나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거나 행글라이더를 타고 난 뒤, 글씨 쓰는 기계 앞에 앉아 글자판을 눌러대는 글쟁이가 늘어날 때 또 다른 시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부터 철근과 콘크리트를 노래하는 시가 시집에 실리고, 그것으로 만든 긴 다리와 높은 빌딩을 읊조리는 시가 문학잡지에 등장해도 된다. 또한 아스팔트나 고속철도를 재료로 글을 짓고, 자동차를 만드는 현장을 음미하고 공장굴뚝을 글감으로 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일찍이 나사를 쓸거리로 택해 빼어난 시를 완성하고, 연탄재를 소재로 하여 바람직한 삶을 깨우치는 작품을 보았다. 따라서 합성수지를 글에 올리고 프로판가스를 제재로 삼아 노래하는 시가 얼마든지 태어날 수 있다.

이렇게 과거에 우리가 시에 대해 지녔던 생각이 바뀔 때 현대인에게 시는 너무나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