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조기퇴출 현상과 학생들의 진로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조기퇴출 현상과 학생들의 진로

  • 승인 2005-04-06 00:44
  • 심규식 교사·소설가심규식 교사·소설가
조기퇴출 현상과 학생들의 진로 (심규식(교사·소설가)


오래 친하게 지내는 고향 후배 한 명이 은행에 다니다가 1년 전에 퇴직을 했다. 갓 50이 된 그는 전업주부인 부인과 대학 1년생 아들, 고2 딸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교육비가 들어갈 삶의 고비인데, 직장에서 퇴출을 당한 것이다. 그는 이발 체인점을 해 볼까, 24시간 편의점을 해 볼까, 식당을 열어 볼까, 등등 갖가지 궁리를 하다가, 최근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을 했다. 은행 지점장으로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누리던 그가 보수도 좋지 않고 근무환경도 열악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결심을 한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내 동창들 중에 내로라 하는 굴지의 대기업체에 다니던 친구들도 대부분 40대 전후반에 퇴출을 당했다. 그 중 한둘은 자영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실업자 신세인데, 일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자괴감과 가장(家長)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아정체감의 상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알코올 중독이 되어 아주 폐인이 된 친구도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그리고 가정적으로도 바야흐로 지출이 가장 많아지는 인생의 고비에 직장에서 쫓겨나, 할 일을 잃어 버리고 일정한 수입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치명적이고 절망적인 일인데, 이러한 조기 퇴직이 이미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오랫동안 높은 보수 때문에 각광을 받았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보다 신분이 안정적인 각종 공사(公社)로 몰리는 현상이나, 그간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교직이나 공무원이 최근 인기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조기퇴출 현상과 관련이 있다.

국가적 차원의 인력 관리 차원에서 볼 때에도 지나치게 빠른 조기퇴출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조기퇴출되는 인력들이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인력들인데, 장기간의 교육을 통해 양성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고 도태시킨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일 뿐이다. 더구나 과학·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자꾸 늘어나는데, 몇 십 년을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구가 이렇게 자꾸 증가한다면 장차 우리 사회가 그들을 위한 천문학적인 복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물론 이러한 조기퇴출 문제는 한 개인이나 기업, 기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 기업체의 사(使)와 노(勞), 국민 전체가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시행해야 한다.

인재의 조기퇴출 문제는 국가 차원의 과감한 정책적 접근이 시급한 현안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