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결실이 있는 끝맺음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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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결실이 있는 끝맺음의 아름다움

  • 승인 2005-04-06 00:44
  •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
하루의 시작이 있으면 하루의 끝이 있고, 한해의 시작이 있으면 한해의 끝이 있으며,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시작’에는 그에 짝하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끝’은 시작의 정반대쪽에 놓여있거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시작과 함께 출발해서 시작과 함께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끝은 오늘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간다. 시작은 끝이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시작과 함께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우리의 삶을 허망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스스로 발견한 참된 자아와 소중한 삶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기도 한다.

허무주의자든 낭만주의자든,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누구나 평등하게 단 한 번의 탄생과 함께 단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아니 우리는 어쩌면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지나간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인간으로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시도함으로써 해마다의 새로운 ‘시작과 끝맺음’의 여행은 가능해진다. “담배를 끊겠다!”,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등등 각자 새로운 결심으로 2005년 새해를 맞이하고 새 출발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새로운 목표와 결심을 갖고 2005년 새 학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이제 2005년의 4분의 1이 지나가고, 2005년 1학기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과연 새해 그리고 새 학기의 출발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목표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지, 그리고 결심한 대로 실천해 가고 있는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삼일도 가지 못해 그만둔다고 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더욱이 일회성이 아닌 적어도 1년 이상 어쩌면 평생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또한 ‘시종일관(始終一貫)’하라는 말을 한다.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그만 두거나 불성실하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성실하게 하라는 말이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으면 끊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끊겠다는 그 결심이 필요 없는 그 순간까지, 1년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토록 담배를 끊겠다는 마음이 흔들려서도, 더더욱 담배를 피워서도 안 될 것이다.

나 또한 지난 15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처음으로 끊겠다 결심하고 피우지 않은지 11개월이 지났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꿈속에서는 담배를 피운다. 아직은 그러한 결심과 노력이 완전히 필요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종일관’의 어려움과 그것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을 뿐이다.

‘시종일관’과 함께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말이 있다. ‘결실이 있는 끝맺음의 아름다움!’ 담배와의 완전한 결별은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건강’이라는 결실을 가져다준다. 그러한 결실이 있기에 담배와의 완전한 이별의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하더라도 그 ‘끝맺음’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이제 2005년의 새 아침과 새 학기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자신의 결심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다질 시간이다. 그래야 올 한해 또는 이번 학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결실이 있는 끝맺음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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