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근시간 무렵에 절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려운 주변여건 속에서도 조그만 가게를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런 친구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던 중 뜬금없이 “요즘 뭐 하면 먹고 살만 하냐?”고 질문을 던진다. 고교 시절부터 20년이 넘도록 흉금을 터 놓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라 대충 분위기를 알만하다. 너무 어렵단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며 푸념처럼 몇마디 던지며 거푸 소주잔을 들이킨다. 가게를 정리하고 대출이라도 받아서 ‘될 만한 걸’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럴 땐 참으로 난감하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요즘 어떤 사업을 하면 되겠느냐, 창업대출 또는 운영자금 대출은 얼마까지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창업관련 전문컨설팅 기관이 따로 있고 상의가 직접 대출관련업무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기관을 소개해주는 정도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간혹 대화가 길어져 이야기를 나눠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것이 있다. ‘자신의 적성이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즉 특별한 아이템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으며 이 아이템을 타인에게서 추천을 받으려 한다는 점이다.
전문컨설턴트가 아닌지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전혀 모르는 일을 시류에 따라 시작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과 경험, 그와 관련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 고려해보고, 각종 공적지원 또는 제도를 이용해 보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경제의 진정한 봄날은 주변의 구멍가게 주인들의 입에서 “다 정리하고 뭔가 돈 되는 일을 해봐야겠다”는 말 대신 “그냥 그럭저럭 먹고 살만 하다”는 말이 나올 때가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의 경기회복이 반짝경기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으로 바닥경기까지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정책의 일관성유지와 각각의 경제주체가 자신의 소임을 다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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