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경제부국장 |
역시 도시미관이나 관리 또한 상상을 넘는다. 시드니에는 면적이 넓어서인지 대전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는 없었으며 상업지역 빌딩들의 스카이라인도 직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인 시드니에는 대표적인 오페라 하우스가 있고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타워가 있으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하버다리와 오페라하우스를 잇는 도심의 스카이라인(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반달 또는 반원모양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이 관광코스에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은지 조그만 간이가게에 컵라면도 있었다. 맛있게 먹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대표적인 도시와 그 도심의 건물이 이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먹여 살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역사 유물 외에 우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나 관광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범위를 좁혀 대전·충남을 대표하는 건물이 있나 생각했다. 과연 대전·충남은 외국인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이질적인 요소들이 무질서 하게 섞여 있는 혼란 그 자체인가.
역사적인 숨결은 느낄 수 없고 현대의 충격도 없는 그저 그런 일상적이고 심심한 건물들의 난잡한 잡화상일까? 이는 자부심 결여와 도심 속 공공건물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대전 둔산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 군은 이처럼 결여된 심정을 더욱 압박한다. 다행히 우리지역에는 백제역사단지와 문화예술의전당 등 볼거리가 다소 있다는 것에 위안을 해본다.
시각을 돌려보자. 각 나라의 도시마다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 물론 현대적인 건물을 내세우는 나라는 역사가 대부분 짧다. 하지만 현대적인 건물을 내세우는 나라는 상징적인 건물로 자신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한 소도시의 성공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인구 19만명인 영국의 작은 도시 게이츠헤드. 유럽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발틱과 다목적공연장인 세이지, 밀레니엄 브리지 등을 세워 쇠퇴하던 도시 재생에 성공했다.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폐허가 된 공장지대와 지저분한 주택가, 줄어드는 인구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주민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이 도시는 지난 1990년 이후 영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프로그램인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뉴캐슬 인근 게이츠헤드의회는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세운 3개의 랜드마크를 세웠다. 지난2001년 6월 타인강 위에 세워진 밀레니엄 브리지. 배가 지날 때면 눈썹모양으로 접힌다고 해서 관광객의 흥미를 끄는 곳이다.
이듬해 밀가루 공장을 개조한 920억원짜리 발틱미술관이 들어서고 지난해 말 1400억원을 들여 세이지음악센터를 세웠다. 1650석의 콘서트홀이 세계 최고 음향시설을 갖춘 오케스트라 빈의 무지크페라인과 맞먹는다는 곳이다. 이같은 건축물로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이 명성으로 연간 1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문화중심지가 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신행정수도가 물 건너가고 그 후속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왕 계획된 도시를 만든다면 랜드마크가 분명한 건물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분명한 랜드마크 건물이…. 그래야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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