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규 편집부국장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행정수도의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행정수도를 결심하게 된 사연, 수도권 문제,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장문으로 엮어냈다.
담론의 핵심은 “행정수도 이전계획은 수도권`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의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관련 본인의 이해관계가 아니고 명분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수도권의 미래는 어떡해야 하는지 질문공세를 높였다.
이글이 나가자 마자 이 서울시장은 24일 시청 홈페이지에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라는 답글에서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면서 “대통령은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있지만 자신은 통합된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다”고 응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역대 정권에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그때마다 화두였다. 백지계획(공주 장기)으로 유명한 박정희 전대통령은 제외하더라도 수도권의 실타래를 풀기위한 여정은 5공의 전두환 전대통령, 6공의 노태우 전대통령, 문민정부의 김영삼 전대통령,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 전대통령에 이르기까지 40년이나 지속됐다.
하지만 정권마다 제시됐던 행정수도정책과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돼 오늘날 서울집중의 폐해를 부추겨 온 것이 사실이다.이후 신행정수도의 충청권 건설은 노대통령의 표현대로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가다듬어 졌고 2002년 대선공약으로 빛을 보게된다.
하지만 여야합의로 2003년 12월 제정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위반으로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다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으로 추진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이 지난2일 여야의 합의로 통과돼 미완의 행정수도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와는 달리 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 국무총리와 12부 4처는 연기·공주로 이전하자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다. 아마 노대통령의 국민에 드리는 글도 정치권을 떠나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지속돼야 한다는 소신 피력은 아닐는지. 하지만 문제는 충청권의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응하는 두 지도자의 인식은 그 간극이 너무 크다. 물론 개인 이기나 정치인의 표 인식, 명분에 따라 찬반을 달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의회민주주의요 대의민주주의다.
그러나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정치여정은 실망 그 자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법적토대가 없으면 행정행위를 할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 상황에서 지금까지 신행정수도건설이 추진돼 왔다는 것은 관련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면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쪽은 어떤가. 흑백논리속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이쯤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한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 서울시장은 국회의 존재이유와 법의 효력범위를 밝혀야 한다.
아울러 그의 표현대로 향후 통일수도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또 충청권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보고 수도 분할 운운하는데 과천 정부청사는 왜 예외인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이는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수도분할 반대 국민운동본부’와 한나라당의 ‘수도권지킴이’ 소속 국회의원 8명 등에게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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