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핵무기 투하와 산업공학’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사이언스칼럼]‘핵무기 투하와 산업공학’

  • 승인 2005-03-29 00:00
  • 오현승(한남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오현승(한남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얼마 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비행기에 실어 투하할 수 있는 재래식 핵무기 한 두개를 개발한 수준”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재래식 핵무기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그당시 핵무기 투하에 산업공학이 관련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때까지의 B17 폭격기 대신 새로운 장거리 폭격기인 B29 특별 폭격기가 개발되고 있었는데 이것을 일본에 대한 전략 폭격기로 사용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944년 가을, 산업공학 전문가가 참여하여 ‘특별 폭격기 프로젝트에 관한 보고’가 완성되었으며, 이 보고서는 개발 중인 B29에 장착되고 있는 대 전투기용 방어화기를 제거할 것을 결론지었다. 이 결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따른 것이다.

즉, 방어화기는 상당한 중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제거하면 폭격기 전체의 중량이 가벼워져 당연히 속도가 높아지고 그 증가된 속도는 당시 일본의 모든 전투기의 속도를 웃도는 것임이 분석 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량된 B29는 일본 전투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어 원형 B29의 고슴도치와 같은 방어화기는 거의 소용이 없어지고 중량이 감소됨에 따라 행동 반경과 폭탄 적재량이 크게 증가되어 전략 폭격기로서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될 수 있었다.

이 결론은 실제로 채택되어 모든 B29 폭격기는 보고서의 결론에 따라 개량되었으며, 만약 이 개량이 없었더라면 B29 폭격기가 태평양 전쟁 말기에 그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까지 한다. 이렇게 산업공학 전문가가 참여하여 시스템의 각 부분만을 고려하는 타 공학 분야에서 고려하지 않는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제2차 대전 초기에 영국 해안경비대는 하늘로부터의 공격에 의하여 독일의 잠수함(U-boat)을 격침 또는 격파하였는데 성과가 매우 빈약하였다. 폭뢰의 크기, 투하 고도 등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 보았으나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산업공학 전문가가 포함된 팀이 편성되었고 그 연구의 결과, 항공기로부터의 폭뢰 투하의 전술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산업공학은 대상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의 극대화라는 목적의 학문이며 개발된 기술을 실현시키는 방법론의 학문이다. 마지막으로 산업공학은 미래지향적인 학문이다. 산업공학은 방법론의 학문이기 때문에 현대 산업의 부침에 따라 매우 유동적으로 적응해 왔다.

초창기의 작업내용을 분석하여 최대한의 능률적인 작업을 설계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의 추구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꽃피웠던 OR 기법들, 최근에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자동화시스템 개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어제의 방법을 오늘의 일에 사용하는 사람은 기술발전의 추세가 점점 빨라지는 내일에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공학이 추구하는 생산성과 품질향상의 제고와 인간 존중의 기본 철학이나 문제해결 접근방법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결국 '결별'…대전 둔산2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두 곳 출범
  2.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3. 한국행정학회, '세종시=행정수도' 지위 확보 방안 찾는다
  4. 세종 교사노조-시의회, 교육 환경 개선 나선다
  5. 종촌종합복지관,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웃기는 경매' 개최
  1. 한국중부발전 세종본부, 저소득 아동에 문화상품권 기부
  2. 30살 맞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과 자치 한길"
  3. 황웅환, 세종YMCA 제7대 이사장 취임
  4. 대전 서구, 장애인 평생학습 활성화 위한 협약 체결
  5. 천안시장 권한대행 김석필 부시장, “행정 공백 최소화 집중”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수년째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신탄진~계룡)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전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과 관련해 후속 공정을 추가한 총사업비를 두고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장물 이설 공사비 증가에 설계적정성 검토를 다시 받으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졌다. 여기에 최근에 신규..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여 동안 30~40%가량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등 지역이 '풍선효과' 수혜를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상승해 전주(0.04%) 대비 무려 6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 집값은 지난주 70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우리나라 괘불도 양식의 시초로 평가받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도(掛佛圖)'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할 때 거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현재 전국에 약 120여 점이 전하며, 이 가운데 국보 7점, 보물 55점이 포함돼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화기(畵記) 등 기록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