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名家)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존재했다. 다만 시대마다 추구하는 명가의 상이 달랐을 뿐이다. 조선시대에도 왕조 500년을 관통하는 최고의 가치는 역시 벼슬이었고 그것은 명가의 1차적 요건이었다.
그러나 벼슬을 유지하는 집안이라고 해서 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풍과 저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가풍과 저력에는 당대인에게 모범이 되거나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그것은 청백(淸白)이나 효열(孝烈)일 수도 있고 도학(道學)이나 문한(文翰)일 수도 있으며 절개(節槪)나 의리(義理)일 수도 있었다.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서 고문서를 수집 조사하며 조선시대 정치사회사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가 문벌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17세기에 주목해 이 시기 주요 가문의 내력과 존재 형태, 가풍과 저력을 밝힌 책이다.
저자는 방대한 고문서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문집이나 족보 등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문화사·생활사적 내용 등을 발굴했고 분묘(墳墓)·누정(樓亭)·재실(齋室) 등 유적지 답사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여가 가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서울·경기 등 일원에 기반을 두고 정치·사상·문화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집안 들 중에서 안동 김씨 청음 김상헌 가문, 반남 박씨 서계 박세당 가문, 한산 이씨 아계 이산해 가문, 연안 이씨 월사 이정구 가문의 가풍과 저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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