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체육부 차장 |
최근 최홍만 선수가 처녀 출전해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격투기인 K-1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상금과 스타 마케팅이 어우러져 ‘성공=대박’이라는 공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프로골프가 그랬고, 박찬호, 김병현(프로야구), 하승진(프로농구)처럼 국내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내 무대를 떠났다.
이러한 스타들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지없이 스포츠 붐이 일어난다. 박세리 때에는 골프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초등학생들까지 골프채를 잡고 미래의 박세리를 꿈꿨고,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야구글러브를 잡게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날까. 우리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비인기스포츠=가난 또는 외면’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기자가 전국체전 충남 선발전을 하는 대천특설링을 찾았을 때 복싱협회 한 임원이 “나는 복싱에 미친 사람입니다”라며 내뱉은 자조석인 한마디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미치지 않고서는 비인기종목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0평 남짓 되는 경기장, 한쪽 구석에 마련된 특설링에서 선수들이 있는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지만 40여명이 안되는 임원과 학부모와 선수들만이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인기 종목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현장이었다.
그 임원은 인기 종목에는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학교 등 주변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복싱처럼 비인기종목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인기종목의 스포츠는 항상 텅빈 관중석과 냉랭한 찬바람뿐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한다. 몇 안되는 임원과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펀치에다 힘을 싣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멀리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눈물을 감추는 어머니. 이런 상황이 복싱에만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다만 힘든 환경 속에서도 그 분야의 최고가 되려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에게 우리가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고, 인기종목에 치우친 지원금이 비인기종목에 조금 더 지원된다면 우리의 스포츠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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