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편집부 차장 |
학창시절 투덜대며 외우던 단어들이 있다.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관습법 등등. 그러나 교과서 속 단어들이 긴급 뉴스가 되고, 핫이슈가 되는 것을 보면서 요즘은 우리 교육의 단점이라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대마도의 날’ 조례 소식에는 조선의 이종무 장군이 자동으로 떠오르니 억지로라도 외운 보람이 있는 것 아닐까.
일본의 망동을 보며, 교과서 속 역사가 아닌, 우리 삶의 현재진행형 독도를 실감케하는 요즘이다. 우리 땅 독도!! 내가, 또 우리가 한국인임을 느끼며, ‘고구려’ 문제 역시 현재형으로 주시해야할 사안임을 떠올려본다.
중국정부는 ‘동북공정’이라며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동북공정의 억지주장은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난날의 고구려와 발해 영토에 사는 조선족과 한반도의 분리를 획책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깃들었다. 또 우리의 통일 후를 겨낭한 몇 수 뒤의 포석이기도 하다.
베이징 학생들은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며, 옛 고구려의 도읍에 가면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라며 거품을 무는 안내원들을 볼 수 있다. 꺼림칙하게도 고구려사 왜곡에 동원된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중국이 티베트의 역사를 가로챘던 서남공정(西南工程)의 수법을 아주 닮아있다.
남의 역사를 자국의 주머니에 구겨 넣어 동북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패권주의적 의식인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 역사에는 진실이 있을 뿐 타협이나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 다행히 어제 노무현대통령이 “침략의 역사 정당화와 패권주의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일본정부에 단호히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또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철저한 연구작업을 병행하는 한편 역사 침략을 세계사회에 고발하는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우리의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면 제2, 제3의 역사 침략이 감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이미 겪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남과 북이 공동으로 기획한 고구려 대탐험전의 대전 개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4월1일부터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구려의 고분벽화와 유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이다. 특히 윤이상씨가 감명받아 실내악곡을 작곡했다는 강서 고분의 사신도를 실물크기로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흔히 역사는‘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한다. 더 이상‘역사속 과거’가 아닌 생생한 ‘고구려’를 꿈꾸며 4월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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