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동물원 너머에 있다는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도 찾기 어려웠다. 뿌리 공원 뒤쪽의 물가를 뒤로하고 침산동 청소년수련마을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마을 안쪽에 작은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전에 이런 곳도 있었나 할 정도로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대전광역시 중구 목달동 89번지.’
6학급의 소규모 학교로 아담하게 잘 꾸며진 교정은 어린 시절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 정경과 꽤 흡사했다. 학교 주변의 산과 들이며 도란도란 맑게 흐르는 시냇물은 어릴 때 뛰놀던 고향과 비슷하여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꼭 한 번 이런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었었는데….
첫 출근을 하던 2일, 시업식을 위해 전교생이 모였다. 전교생이라고 해도 40명이 채 되지 않아 현관과 연결된 복도에서 시업식을 했다. 입학식과 졸업식, 조회 등 모든 학교 행사는 교무실 옆 복도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아마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소박한 풍경이 아닐까 한다.
담임 발표를 했다. 올해도 6학년을 맡게 되었는데 6학년 학생이 6명인데 모두 여학생이었다. 6명의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수업은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이들 모두의 눈빛을 읽을 수 있고, 모두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까지의 다인수 학급에서는 하루가 아니라 1주일이 지나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고, 수업시간마다 손을 들고 선생님의 호명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아 누굴 시켜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가 많았는데 그런 일들 때문에 괜히 미안해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어느덧 아이들과 생활한 지 3주가 되고,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과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 주는 수인이, 실감나는 목소리로 글을 잘 읽어 재미를 더해 주는 혜수, 우리 반의 재롱둥이 개그우먼 소희, 얌전하지만 운동을 누구보다도 잘하는 지연이, 키는 제일 크면서 수줍음이 많은 지선이, 늘 웃는 얼굴로 발표를 잘 하는 수진이.
올 한 해도 처음 교단에 설 때의 그 마음으로 맑은 눈망울을 가진 이 아이들과 동화처럼 살아가야겠다. 티없이 솔직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아껴주는 여섯 명의 공주들을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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