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지속적인 추진과 수도권의 허탈감을 달래기’란 명목하에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참여정부가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에 뜻이 있는 정부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국가의 균형발전추진센터라 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은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균형발전위에서는 행정도시 건설과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우려되는 수도권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대학·공장·개발사업·공공청사·대형건축물 등 5개 분야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대학 규제와 관련해서는 1단계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대학의 설립을 허용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 위치한 대학이 과밀억제권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평택시에 4년제 지방대학을 이전할 수 있도록 평택지원특별법 시행령을 이달 중 마련하기로 했다.
균형발전위는 또 2단계로 발전이 더딘 지역,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함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떨어지는 지역, 국제업무나 외자유치를 위해 필요한 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외국대학의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균형발전위는 올해 중 외국인 투자기업의 컴퓨터제조 등 25개 첨단 공장의 신증설 허용기간을 연장해주고 평택시에는 자동차용 엔진 제조 등 41개 업종의 공장 신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장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상의 내용들은 국정과제를 전면적으로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신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와 지방분권을 이루겠다는 참여정부의 당초방침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 들이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간 국가 균형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도권 집중이었으며, 수도권이 누려왔던 독점적 권한과 기형적 발전은 지방으로 분권, 분산되어야 함이 마땅한 일이다. 정부가 진정 우리 국토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면 수도권 규제완화 시책은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한다.
즉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아사직전의 지방을 구제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배 터져 죽을 것 같은 수도권의 비만장애를 개선하는 길이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은 과도한 수도권 비만장애를 부추기는 것일 뿐이며, 이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가치보다는 너무 비대해져 움직일 수 없는 기업들과 일부기득권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개발 전략을 자기 과제로 삼고 있다는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장기적 전망과 계획 없는 이러한 정치권의 선심성 발언과 정책추진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는 스스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과 정책목표에 대한 철학과 비전, 그리고 수도권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강화를 위한 체계적 관리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수도권 삶의 질 향상과 경쟁력강화는 오히려 권역별 개발총량제 도입, 환경부담금제를 확대, 지방으로의 기능분산, 이전된 기능의 수도권 재입지 제한, 수도권 개발부담금제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서만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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