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주필 |
우리 고장에서도 보령의 머드축제는 축제뿐만 아니라 머드를 원료로한 제품으로 소득과 지역이미지를 함께 높이고 있으며 인구 4만에 불과한 전남 함평군은 나비축제 하나로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해 몇 백억원대의 소득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군청측은 분석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런 노력을 잘 활용해 지역특구를 제대로 살려나간다면 마치 일본 지자체의 ‘一村一品운동’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 소리만 요란한 정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우리는 지난 90년대 우리 고장 유성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금방 국내외의 관광객이 물밀듯 밀려올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구로 지정되면 무언가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관광특구 유성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이곳이 관광특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도 많겠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시민 역시 특구 아닌 지역과 구별되는 점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아울러 특구로 지정돼 그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는 시민도 없는 듯하다. 온천이 나오고 있다는 것 말고 관광특구로서의 유성의 특색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아는 시민 또한 그렇게 많지 않다. 특구로 지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지의 관광객이 이곳에 와 머물고 싶도록 관광자원을 가꾸고 만들어 나가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음을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 유성지역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시는 대전지역을 선사유적지를 비롯해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는 유서 깊은 도시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둔산신도시 한가운데 마치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는 듯한 선사유적지를 보고 대전의 유서 깊은 역사를 느낄 관광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랜 옛 사람들의 숨결과 체취가 배어 있고 일정한 장소의 세트가 아닌, 경관과 건축물 그리고 그 지역의 전통문화가 함께 녹아있는 도시모습을 대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역사를 느끼게 되고 그 도시의 유서 깊은 매력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대전은 지금 과거와는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도시다. 국가보다 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지금의 시대적 흐름속에서 ‘행정중심도시의 배후도시’란 도전에 직면한 대전은 여러 면에서 도시발전의 중심축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말그대로 대전의 정체성을 확립해 도약하는 도시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과거 개발지상주의시대 도시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생각에서 벗어나 사람이 찾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대전만의 특색을 살리고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며 21세기의 첨단과 함께하는 도시를 만들려면 도시의 다양한 주체들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고싶은 해외의 숱한 도시들의 예에서 보듯 아름다운도시, 살고싶은 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된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전의 모습을 새롭게 바꾸어나가는 도시디자인행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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