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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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은가.

  • 승인 2005-03-22 00:00
  • 변호사 문성식변호사 문성식
한승조라는 사람이 일본잡지에 한일합방을 옹호하는 글을 써대는 바람에 온 나라가 분노와 비통함에 들끓고 있다. 30여 년을 교수로,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을 역임한 사람이었기에 국민들이 받는 충격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은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조차 기득권층인 보수 세력을 친일파로 추궁해 정치적으로 무능화시키고 좌파세력의 장기집권을 위한 공작정치라고 해석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한국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편협하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 과거사 청산작업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뒤늦게나마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왜 자복하지 못할까?

그의 논조는 해방 후 친일파들이 민족주의진영의 사람들을 좌파로 몰아 처단한 수법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2차대전 후 프랑스는 ‘콜라보’라고 지칭되는 나치협력자, 민족배신자 숙청을 무려 반세기 이상 해오고 있다. 그 이유는 단연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시정잡배도 아닌 지식인의 탈을 쓰고 국민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콜라보’들을 가차없이 처형한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해방 후 1948년 설립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친일분자들의 방해로 인해 제대로 활동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사형집행은 단 1명도 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친일분자들은 또다시 대한민국의 기득권세력으로 굳어져 버렸고 이제 대놓고 한일합방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대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도 프랑스처럼 친일파들을 가차없이 처단했다면 한승조 같은 사람이 감히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오히려 그들이 지금도 큰소리를 치고, 해방60년이 되는 지금까지 국가적인 기강이 안 서고 있는 것이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괴롭힌 자들, 치부한 자들의 최소한의 행적을 명백히 밝혀 후세들의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것인가.

이들을 부관참시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역사의 교훈을 삼고자 하는 것이다.
지식인의 의무를 망각하고 후학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을 일본에 감사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자라는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걱정이나 해보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생을 한 사람들이 반민족주의자로 몰리고, 일제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이 우대받아서야 안 된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모두 인정하는 일이다.

그러지 않다면 어떤 사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초개와 같이 자기 목숨을 던지겠는가.
과거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몸 팔게 한 인간들과, 사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자손이 지금도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이 자기들 땅이라고 소송을 통해 모두 찾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과거청산은 할 수 없다. 역사를 교훈삼아 처절한 자기반성과 준비만이 제2의 임진왜란이나 한일합방을 안 당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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