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의 외환위기가 요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상당수의 정규근로자 일자리가 비정규 근로자로 대체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과 미국을 비교함으로써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유럽의 기업들은 노동비용의 50%를 사회보험료(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로 지불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은 25%이다. 또한 유럽의 경우, 정리해고에 대하여 높은 제한을 두고 많은 법정휴가일수와 법정유급휴직을 부여함으로써 미국에 비하여 노동비용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높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럽의 기업들은 해고가 쉽고 부가급여나 세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일시적 근로자를 많이 고용한다. 스페인의 경우 임금근로자의 33.7%가 일시적 근로자이며, 프랑스 11.0%, 독일 10.3%, 스웨덴 13.5%,, 이탈리아 7.3%이다. 미국의 경우는 2.2%만이 일시적 근로자이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의 경우, 비공식부문의 성장 즉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문제가 있지만, 이들 일시적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종사자와 거의 같은 지위를 갖는다. 즉 임금이나 휴가, 근로조건, 각종 부가급여 등에서 차별이 거의 없고 사회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기업규모별, 직종별, 성별, 연령별, 학력별, 종사상 지위 등의 면에서 분단화 되어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고용형태의 비정규화의 진행에 따라 가뜩이나 분단적 구조를 보이던 노동시장 양극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근로조건이 우월한 1차노동시장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2차노동시장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양 시장간 임금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과 함께 소득분배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십분위분배율로 볼 때 우리나라의 계층별 소득분배는 1960년대 후반에는 개선되었지만 1970년대 중반에 악화되었으며, 이후 다소 완화되어 1980년대 전반이후 개선되었지만 최근들어 비농가구, 근로자 가구 및 자영업주 가구가 공통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인다. 소득분배 격차의 확대와 함께 직업별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임금인상률 차이가 확대되어 양 계층간의 절대임금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소득분배의 차이가 부(자산)의 분배를 더욱 확대시켜 후자의 경우 불평등도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정규직근로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 때문에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1차노동시장에 속하는 대부분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안정성을 견고히 하기 위하여 더욱 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요구나 고용안정성 확보문제에 이해를 달리하거나 무관심하고 있다. 자본주의경제는 시장의 논리가 철저하게 적용될 때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자본주의 진행 과정에서 부익부 빈인빈의 소득분배 불평등문제가 노정되어 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는 규범적 측면도 설득력을 가지지만 국민경제의 기반을 악화시킨다는 거시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국민경제의 성장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가 절대적 수준에서 하락하여 경제가 성장한다고 일자리가 전처럼 많이 창출되지 않는 단계이며, 또한 우리의 자본시장에서도 외국자본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 1차노동시장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성과가 국외로 배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의 창출이 경제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면, 국가 경제의 기본을 견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비정규직 근로형태의 보호에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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