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창작의 샘, 어린이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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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춘추]창작의 샘, 어린이 아틀리에

  • 승인 2005-03-18 00:00
  • 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
한 흑인아이가 초조해 보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전시장에 걸려있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화장면이 있다. 이 아이가 바로 훗날 낙서를 예술작품으로 만든 천재화가 ‘바스키아’이다. 뱃속에 든 아기를 건축가로 만들기 위해 집안을 건축사진으로 도배 했던 여인이 있었다. 사각형, 원, 삼각형 등 가장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건축의 특징으로 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어머니였다. 화가였던 피카소의 아버지 또한 아들에게 과거 거장들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바르셀로나로 그리고 파리로 그를 보냈다.

세계적인 화가는 어린 시절에 이미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유년기 때의 미술관 경험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유명한 화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갔던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필요한 부분만 챙겨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이들은 마치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림이 주는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러므로 어린이에게 미술관은 대단히 중요한 경험을 하게 하는 곳이다. 아이가 화가가 되든 사업가가 되든 어릴 적의 미적체험은 어른이 된 이후에 중요한 창작과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술관인 퐁피두센터의 로비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어린이 아틀리에’다.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이 공간에서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무엇인가를 만든다. 어린 예술가들의 창작의 공간이다. 피카소와 고흐의 작품을 본 아이들은 그냥 집에 갈 수가 없다. 솟구치는 창작의 열기를 발산하고 싶은 것이다. 대가들처럼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들은 이 아틀리에로 모여들어 색도 칠해보고, 면도 나눠본다. 그리고 색칠한 모형을 리어카에 담기도하고, 그 모형을 위로 올려주기도 하고, 또 그것을 받아서 집을 쌓기도 하고….

이렇게 무심코 한 놀이가 결과적으로는 무엇인가 결과물이 만들어낸 ‘공동작업’이 된다. 다 같이 예술작품 같은 집을 한 채 지은 것이다. 재미있게 노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공동예술작업의 즐거움, 창작의 즐거움, 놀이의 즐거움을 배우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5년 전 독일 쾰른 어느 동네에 들어서서 미술관을 간 적이 있었다. 우선 동네에 비해 미술관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놀라웠다. 이곳에 상설 전시된 작품의 수준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러나 더 크게 놀란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아틀리에의 현대적 시설을 보고 나서였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어린이 미술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선진국의 여러 도시에서 ‘어린이 아틀리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들이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창작을 하기 위해선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며, 같은 일상이라도 늘 새롭고 신기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지역에서는 선입견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어린이들이 창작의 기쁨을 맛보는 공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창작의 샘, 어린이 아틀리에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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