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아니, 2월말 봄방학 때부터 학부모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긴장하기 시작한다. 바로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이 될까하는 관심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한 번 결정되면 바꿀 수도 없는 것이 담임 선생님인데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죽했으면 다섯 가지 복에 담임 복이 더해져 육복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선생님을 이르는 말일까?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 기억에 남는 아이 하나가 있다. 키도 껑충하게 크고 또래에 비해 덩치도 커 맨 뒤에 앉았었는데 그 아이는 내가 하는 말을 행여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몸을 앞으로 내밀며 듣는 버릇이 있었다. 얼굴 가득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마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수업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기대하는 만큼 재미있게 가르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 아이는 나태해지려는 나를 깨우는 회초리이자 나를 공부하게 만드는 스승이었다.
하루는 그 아이 일기장에 ‘우리 선생님이 최고다, 우리 선생님은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쳐주신다, 난 우리 선생님이 좋다’는 내용이 씌어 있었다. 으쓱해진 마음에 전학년에 그 아이를 담임했던 선생님께 자랑스레 얘길 했더니 글쎄 “아, 그 아이요? 여전하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가? 그 아이는 해마다 담임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었다. 자기 선생님이 실력도 최고고,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아이였던 것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가?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가르치시는데 어찌 공부가 재미있지 않겠는가? 이런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어느 날 일기장에는 ‘엄마 말씀이 우리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시기 위해 태어나신 분 같단다. 그런 좋은 선생님과 공부하는 나는 큰 행운아라고 말씀하셨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로소 이 아이가 왜 담임 선생님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분명해졌다. 그 엄마는 비록 담임 선생님이 마음에 꼭 들지 않더라도 아이에겐 언제나 “너희 선생님이 최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리라. 아이 또한 마음속에 최고의 선생님과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으리라.
좋은 선생님은 교사 혼자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교사와 이를 믿고 따라주는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때 비로소 좋은 선생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